“밀어 잠금해제, 애플 원조 아니다”… 삼성 vs 애플, 세기의 특허전쟁 법정 가보니
입력 2011-09-23 19:30
“특허 제도는 천재의 불꽃에 이익이라는 기름을 붓는 것이다(The patent system added the fuel of interest to the fire of genius).’ 에이브러햄 링컨이 특허에 대해 언급한 이 명언처럼 삼성전자와 애플은 치열한 법정공방을 시작했다.
23일 오전 10시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특허 소송이 서울중앙지법 352호 법정에서 열렸다. 양측 변호인들은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각자의 노트북을 펴 놓고 법정 스크린을 통해 애플의 특허 유·무효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법정은 원고와 피고 측뿐 아니라 방청석까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강영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 측은 2시간 동안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펼쳤다. 재판장은 변호인의 열띤 변론을 들으면서 중간중간에 “이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공방전을 이끌었다. 미국 네덜란드 독일 등 각국에서 맞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애플은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삼성과 또다시 격돌하는 중이다.
“애플 프로그램과 유저 인터페이스(사용자 연결장치)는 발명이 아닌 단순한 아이디어나 현상일 뿐입니다.” “아닙니다, 재판장님. 삼성은 억지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재판에서 삼성전자 측은 애플 아이폰의 ‘밀어서 잠금 해제(slide to unlock)’ 기능을 말하는 459특허는 사실상 특허가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 이미 다른 휴대전화에서 사용했던 기술이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네오노드라는 스웨덴 회사가 2005년 휴대전화 화면을 손가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밀면서 잠금을 해제하는 기술을 이미 구현했다”며 스웨덴 휴대전화로 해당 기능을 사용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법정에서 재생해 보였다. 이어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에 연계돼 어떻게 구현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기재해야 하는데 애플은 그렇지 않다”며 “발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조건을 갖추지 못해 발명이 아닌 아이디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애플 측은 “삼성은 소프트웨어 발명 특허성의 법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삼성 주장대로라면 터치스크린에 관한 모든 소프트웨어 발명은 성립성이 부정된다”고 반박했다. 다음 심리는 11월 25일 오전 10시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