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공포 확산] 안전자산 찾아… 脫유럽 자금 美 국채·달러로

입력 2011-09-23 21:27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공포감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부양책 발표는 오히려 시장에 실망만 안겼다.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가 또 한 차례 금융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은 22일(현지시간) 세계 증시가 본격적인 약세장인 베어 마켓(Bear market)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릐자금 엑소더스=무디스는 23일 “그리스 은행들의 지급 능력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그리스 주요 8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강등했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해 향후 추가 강등 여지도 남겼다. 유로존 금융위기의 핵심인 그리스의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다.

‘FTSE 세계지수(All world index)’도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수는 지난 5월 2일 기록했던 최고점 이후 20% 이상 하락했다. FT는 영국, 미국 증시는 아직 베어 마켓에 진입하지 않았으나 독일과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해당 영역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유럽 은행권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의 탈유럽 행보도 가속화되고 있다. 피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미국 10대 MMF가 유럽 은행에 내준 단기 자금은 전체 자산의 42.1%인 2846억 달러다. 지난 6월 말보다 550억 달러가 준 금액이다. 피치는 이에 대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하반기 이후 가장 적은 규모라고 밝혔다.

중남미 신흥시장에서도 자금이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 브라질, 페루 등은 자금 이탈로 자국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율 방어에 나섰다. 상파울루 소재 CM캐피털 마켓의 루시아노 로스타뇨 수석 전략가는 “세계경제가 침체 위기에 닥치자 자금이 중남미 시장에서 일방적으로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 우려로 원자재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24개 기초 원자재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지수는 이번 주 들어서만 6% 이상 떨어져 지난 5월 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리값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릐안전, 안전 또 안전=이탈한 자금은 달러와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22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71%로 194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1.65%로 사상 최저치를 보였다.

달러도 초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집계하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장중 78.798까지 오르면서 지난 2월 14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경기 후퇴를 막을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다는 인식이 번지며 안전자산 수요가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도이체방크의 선임 투자 전문가인 제럴드 루카스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 달러와 국채가 결국 (자금의) 종착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