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유엔서 독설 “미국은 노예 역사… 독재국 지원”

입력 2011-09-23 18:20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미국을 향해 또 독설을 내뱉었다. 미국, 프랑스 등 서방 외교관 10명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퇴장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66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오만한 국가들이 제국주의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위협을 가했다”고 밝혔다. 9·11테러 이후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이 어떠한 증거도 없이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을 주도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인종차별을 당연시한 노예의 역사를 가졌고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며 “또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국가에 군사독재와 전체주의 정권을 강제하거나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핵 사안이나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 아랍 민주화 시위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외교관들이 줄줄이 퇴장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유엔 미 대표부 대변인은 “그는 자유와 존엄성에 대한 열망을 거론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또다시 혐오스러운 반유대주의 비방과 야비한 음모론을 거론했다”고 비판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독설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과 그 이듬해 총회 때도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 침공을 위해 9·11을 이용했다” “미국은 거짓말쟁이”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아 총회 파행을 유발했다.

과거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원수도 거침없는 언변을 쏟아내곤 했었다. 미국 대통령을 ‘악마’ ‘제국주의 황제’ 등으로 비유하고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아랍의 봄’ 이후 카다피의 행방이 묘연하고 차베스가 항암치료 중이어서 이번 총회에서 악역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홀로 맡아야 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