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악녀 캐릭터에 홀딱 반했어요”… ‘카운트다운’ 개봉 앞둔 전도연

입력 2011-09-23 19:16


‘칸의 여왕’ 전도연(38)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허종호 감독의 첫 장편 ‘카운트다운’이란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열흘 안에 간 이식수술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채권추심업자 태건호(정재영)와 예기치 않게 얽혀 동행하는 미모의 사기 전과범 차하연으로 분해 또 한 번 눈부신 변신을 보여준다.

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차하연이란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었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차하연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화려하게 치장한, 더없이 화려한 여자예요. 하지만 열일곱 살에 낳아 버린 딸이 싫어하는데도 계속 찾아가는, 모성애의 끈을 놓지 않는 여자이기도 해요. 누가 봐도 나쁜 여자지만 그 안의 연약함, 따뜻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카운트다운’은 액션과 드라마가 적절히 혼합돼 있다. 스승이면서도 차하연을 감옥으로 보낸 업계 최고의 사기꾼 조명석(이경영), 차하연에게 사기를 당해 복수를 노리는 연변 흑사파 두목 스와이(오만석), 태건호와 차하연, 그리고 차하연의 숨겨둔 딸 현지(미쓰에이 민)가 얽히고설키면서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흘러간다.

전도연은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건 태건호고, 차하연은 재미를 주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가 영화에서 정재영과 호흡을 맞춘 건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2002) 이후 9년 만이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정재영이라는 사람을 새롭게 알게 됐다. 유머러스하고 재미있고, 어찌 보면 실없어도 보이지만 예민함이나 집중력을 잃지 않는 배우”라고 추어올렸다.

‘카운트다운’은 영화로는 그의 13번째 작품. 그는 작품 선택 기준으로 작품성이나 흥행 가능성보다는 재미와 캐릭터의 매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흥행에 대한 기대 또한 감추지 않았다.

“‘카운트다운’은 제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부담 없이 웃고 울고 즐길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어요. 제 작품이 300만 관객을 넘긴 게 없는데 이번에는 300만명은 넘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경쟁작들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돼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영화 한 편만 보는 건 아니잖아’ 이렇게 편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지를 묻자 그는 “‘그런 건 없다. 그냥 제게 주어진 것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편이다. 가지고 있는 것에는 욕심이 아주 많지만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전도연은 배우로서의 무한한 변신 가능성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저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만 고집하지 않아요. 배역을 맡을 때마다 내 안에 있던 걸 버리고, 비우고, 새로운 캐릭터를 받아들이죠. 그때그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요. 내가 맡은 캐릭터가 망가지든 훌륭하든, 저는 제 영화에서 전도연이 아니라 그 캐릭터로만 보이고 싶어요. 그게 좋은 캐릭터를 맡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준 게 아니었나 싶어요.”

그는 2007년 사업가 강시규씨와 결혼해 세 살 된 딸을 두고 있다. 전도연은 “몸이 피곤하고 힘들지만 일, 아내, 엄마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일도 잘 하고, 좋은 엄마도 되고 싶다. 노력하는 여자, 노력하는 엄마, 노력하는 아내이고 싶다”고 말했다. 29일 개봉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