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의 박물관 초상화를 만나다

입력 2011-09-23 17:40


초상화는 제작 당시의 회화사는 물론이고 복식과 장식물 등을 통해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는 27일부터 11월 6일까지 기획특별전시관에서 개최하는 ‘초상화의 비밀’은 올해 우리나라 고고미술 전시의 마스코트로 준비한 회심작이다. 박물관으로서는 1979년 특별전 개최 이후 32년 만에 여는 초대형급 초상화 관련 전시이기도 하다.

인물을 미화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태조 이성계 어진’ ‘윤두서 자화상’ ‘서직수 초상’ 등 우리 전통 초상화와 미국 일본 등 해외에 소장된 조선시대 초상화, 일본과 중국의 초상화 등 200여점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것은 사례가 없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중·일 초상화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역사 자료로 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시는 크게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하늘과 땅’에서는 권력의 총화인 왕과 통치자의 이상적이고 초인적인 이미지를 통해 지도자 면모를 살펴보는 한편 충(忠)·효(孝)·열(烈)을 실천한 백성들의 모습으로 일반적인 삶의 편린을 들여다본다. ‘태조 이성계 어진’은 강인하면서도 인자한 풍모로 조선왕조를 세운 기품이 배어 있다는 평가다. 반면 풍속화 속 백성들은 순박한 이미지다.

제2부 ‘인의예지’에서는 학문을 통해 자기 수양과 성찰에 힘쓴 사대부, 성리학을 수용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하고자 힘쓴 학자, 조손(祖孫), 부자, 부부, 붕우(朋友)의 초상을 전시한다. 이를 통해 학풍의 계승과 가문의 위상, 그리고 가족 관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제3부 ‘개인의 발견’에서는 개인의 존재를 부각시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려고 한 17∼18세기 자화상을 출품한다.

제4부 주제는 ‘새로운 눈, 사진’이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 초상화의 전통 기법이 사진의 도입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코너다. 서양화법과 사진술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초상화의 모델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짚어본다. 사진술의 발달로 자화상이 점차 쇠퇴하지만 모델을 강조한 근대 초상화를 채용신과 김은호의 작품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초상화 제작과 면모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초상화의 영정함과 제작 모형, 복식이 함께 전시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