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9월 23일 퇴임… “정치권 ‘안철수 신드롬’ 곱씹어 봐야”

입력 2011-09-22 18:38


“국민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하면서 싸우는 게 싫다.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의 출현을 바라고 있다.”

오는 23일 퇴임하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정치권에 일침을 가했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 8일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최근 안철수씨가 우리나라 희망처럼 떠올랐는데 왜 그 사람이 갑자기 국민 지지를 받게 됐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며 ‘안철수 신드롬’의 원인을 이같이 분석했다.

이 대법원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를 처음엔 못마땅하게 생각했는데 오히려 오 전 시장의 사퇴가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가를 일찍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요동치는 민심이 수면 위로 일찍 떠오르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념편향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견해를 달리했다. 그는 “언론이 내가 사법부를 좌편향으로 이끌었다고 하는데 나를 좌파로 보면 대한민국 국민 중에 누가 우파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파라고 해야 맞는데 언론에서 좌파라고 말하는 걸 보니 내가 대한민국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해주는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재임기간 중 사법부 독립을 주창했던 그는 “권력과 사법부는 불가원 불가근(멀지도, 가깝지도 않은)의 관계”라며 “사법부가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지 않으면 국민을 위한 사법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05년 취임 일성으로 ‘국민을 섬기는 사법부’를 외쳤던 그였지만 “‘국민의 신뢰’라는 신기루를 붙잡기가 너무 어렵다는 걸 느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도덕성에 대해서는 떳떳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법원장은 한 나라의 사표가 돼야 내놓을 만하다”며 “나에 대한 의심을 이제 지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2000∼2005년 변호사 시절 삼성에버랜드 사건을 맡은 게 논란이 돼 전원합의체에서 빠져야 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그는 향후 진로와 관련, “변호사 개업은 안 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