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승춘] 인천 상륙작전과 서울 수복
입력 2011-09-22 17:42
1950년 6월 25일 주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벽에 북한군은 기습공격을 시작했다. 아무런 준비가 없던 우리 국군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낙동강까지 밀렸다. 유엔군의 참전으로 한반도의 공산화는 겨우 막을 수 있었지만, 낙동강 전선에서의 교착상태는 쉽사리 호전되지 않았다.
역전의 계기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나왔다.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이었던 맥아더는 공산군의 허리를 공격한다는 계획 아래 인천 상륙을 지시한다. 주위에서는 큰 조수간만의 차, 시가전이 불가능한 지역적 특성 등을 들어 성공확률이 5000대 1이라며 반대했다. 9월 15일 감행된 작전은 대성공이었고, 전세는 급속도로 반전됐다. 그리고 28일, 국군과 유엔군은 수도 서울에 다시 태극기를 꽂을 수 있었다. 모두 맥아더 장군의 탁월한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만약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이러한 공을 기리기 위해 국가보훈처는 9월의 6·25전쟁 영웅으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선정했다. 사실 진정한 전쟁 영웅은 맥아더 장군뿐만이 아니다. 당시 생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희생한 우리 국군과 유엔 참전용사들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영웅이라 할 것이다.
오는 27일에도 유엔 참전용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찾는다. 이번 행사는 인천상륙작전과 서울수복 기념식에 즈음하여 개최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에 방한하는 분들 중 미국 참전용사인 로버트 슬로트씨는 자신이 구해준 국군이 감사의 표시로 준 피 묻은 태극기를 고이 간직하다 작년 주미 한국대사관에 기증했다. 이 태극기는 지금 전쟁기념관에 보관되어 있다. 아직까지 몸과 마음에 전쟁이 남긴 상처는 생생하지만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 또한 지난 60여년간 바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6·25전쟁을 기억하는 세대는 점점 사회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전쟁의 참상을 전혀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들이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젊은이들의 안보의식과 역사에 대한 무관심을 생각해 볼 때 당시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이 잊혀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우리 젊은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호국의 역사를 알고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호국보훈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그 예로 인천상륙작전 기념일과 같이 6·25전쟁을 대표할 수 있는 날들을 정부기념일로 지정해 온 국민이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호국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9월 28일 서울수복 기념일이 지나면 한동안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호국에 대한 관심은 사라질지 모른다. 그러나 호국보훈 의식은 특정한 때에만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이 아니다. 항상 우리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뿌리내려야 한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