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으로 본 기독교 100년-고목화] 기독교 박애정신을 전파하다

입력 2011-09-21 18:55


‘고목화’는 이해조(1869∼1927)가 작품활동 초기에 쓴 본격적인 장편소설인데 체재는 순한글 세로쓰기로 되어 있다. 1907년 6월 5일부터 같은 해 10월 4일까지 ‘제국신문’에 연재된 이 소설은 발표 당시부터 주목을 받아 1908년, 1912년, 1922년(박문서관) 계속해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충청북도 황간에 사는 권 진사가 속리산 구경을 갔다가 불한당에게 납치·감금당하는 데서 시작한다. 글을 모르는 불한당 부두목 오도령은 권 진사에게 두목이 되어 달라고 요구하나 권 진사는 이를 거절한다. 이때 먼저 잡혀 온 젊은 과부 청주댁은 권 진사에게 자신의 억울한 신세를 호소하고 구명을 부탁한다. 그런데 오도령의 정부 노릇을 하고 있는 잔인하고 시기심 많은 괴산댁은 이러한 이야기를 엿듣고 오도령에게 고자질하여 불한당들이 권 진사를 해치도록 충동질한다. 끔찍한 살해 현장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한 권 진사는 청주댁의 도움을 받아 불한당 소굴을 탈출한다. 집으로 돌아온 권 진사는 그 즉시 가솔을 이끌고 서울로 이사한다.

청주댁의 아버지 박 부장은 납치된 딸을 찾으려고 사방을 헤매다 도리어 불한당에게 잡히게 된다. 그곳에서 부녀가 온갖 고초를 겪다가 청주 진영 포교들에 의해 구출되고 오도령과 괴산댁은 포교들에게 잡혀간다.

서울에 온 권 진사는 불한당 소굴을 소탕하여 은인인 청주댁을 구하고자 하나 병에 걸리고 만다. 이때 미국에서 현대 의학을 공부하고 온 조 박사의 정성어린 치료를 받아 완쾌하게 된다. 그 후 권 진사는 조 박사와 함께 청주댁을 구출하고자 불한당의 거점을 찾아다니다가 오도령과 괴산댁이 청주 진영에 갇힌 것을 발견한다.

권 진사는 청주 원님에게 이들을 방면해줄 것을 요청한다. 이것은 조 박사가 원수 사랑의 기독교 정신을 권 진사에게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소설은 이렇게 전한다. “조 박사의 복음 전하는 말을 하루 듣고 이틀 듣더니 복수할 악한 마음이 점점 없어지며 괴산댁과 오도령이 악함에 빠져나오지 못함이 도리어 불쌍하여 밝은 곳으로 인도하여 영원한 침륜을 면케 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용서를 받은 오도령과 괴산댁은 권 진사와 조 박사의 감화를 받아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고, 권 진사는 우여곡절 끝에 청주댁을 만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고목화’는 기독교 교리를 설교하거나 성경 구절을 들려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독교의 핵심인 사랑 실천을 문학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소설은 과부 재가의 허용, 외국 유학과 신교육의 효과, 새로운 문물 수용 등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해조는 고향인 포천에서 청성제일학교를 설립한 교육자요, 양기탁 주시경 등과 함께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한 사회운동가요, 제국신문 매일신보 등의 기자와 기호흥학회월보 편집인으로 활약한 언론인이지만 신소설 작가로서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한 인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토론체 소설 ‘자유종’(1910년 광학서포 발행)은 국권이 상실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네 명의 부인이 주인공으로 나와 교육으로서 미래를 준비하자는 논의를 하며 여러 중요한 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곧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신분과 지역 차별 철폐, 여성 교육의 필요성, 한글 사용의 중요성 등이다.

이처럼 애국계몽운동가인 이해조는 ‘자유종’을 통해 계몽사상을 펼치고 ‘고목화’를 통해 기독교의 박애정신을 전파하고 있다.

부길만 교수(동원대 광고편집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