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잣대·수수료 비싼 ‘중간이하’ 양산… 카드사 앉아서 ‘수수료 장사’

입력 2011-09-21 21:55


올해 카드사들이 고객들의 등급 심사를 엄격히 진행해 높은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중간등급 이하 회원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비중은 전체 회원의 23%에 불과했지만 카드 사용액 기준으로는 전체의 60%에 육박했다. 카드사들이 고객 등급 조정을 통해 손쉽게 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국민일보가 현대, 삼성, 신한, 하나, 롯데 등 5개 주요 카드사들의 자체 회원등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간등급 이하 고객 비중이 지난 6월 말 23.5%로 지난해 말 19.62%보다 3.96% 포인트 증가했다.

국민카드는 같은 기간 5.21%P 감소했다. 그러나 국민카드는 카드 이용기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신규회원을 고객 등급 분류에 넣지 않아 분석에서 제외했다.

카드사별로는 현대카드가 지난해 말 15.7%에서 2분기 말 25.3%로 9.6%P 증가해 가장 많은 증가폭을 보였다. 이어 롯데카드 3.74%P(36.75%→40.49%), 삼성카드 2.94% P(13.17%→16.11%), 신한카드 1.67%P(13.35%→15.02%), 하나카드 1.42%P(19.16%→20.58%) 등 순이다. 카드사들은 신용등급과 카드 이용 현황, 연체율 등을 감안해 회원등급을 6∼10단계로 다시 분류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1년에 1∼2차례 등급을 조정해 회원들의 수수료율이나 이자율을 부여한다.

중간등급 이하 고객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은 우량등급 회원 탈퇴율, 저신용 고객 가입률이 높았거나 카드사가 등급 심사를 강하게 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 상반기 신규 카드 발행은 5∼10등급 신용자(211만장)가 1∼4등급 우량 신용자(384만장)보다 적었다. 카드사의 엄격한 등급심사가 중간등급 이하 고객 비중을 확대시켰다는 방증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대출 증가 억제 방침으로 고객 등급 심사를 강하게 조정했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불량률이나 연체율을 조정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간등급 이하 고객 비중 증가는 카드사의 수익과 직결된다. 카드를 실제로 이용한 고객을 기준으로 분석할 경우 중간이하 등급 비중은 지난해 말 55.89%에서 59.68%로 3.79%P 증가했다.

카드사별로는 역시 현대카드가 지난해 말 54.4%에서 올 2분기 69.3%로 14.49% 포인트 증가해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어 하나카드 7.74%P(61.91%→69.65%), 삼성카드 4.32%P(47.38%→51.7%) 등 순으로 나타났다. 신규 회원을 모집하지 않는 롯데카드는 72.11%에서 64.43%로 7.68%P 감소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국장은 “회원등급 조정은 업체의 건전성을 키우기 위한 조치지만 카드사들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서민들의 이자 부담만 키우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