鳥島 새떼 사뿐히 내려앉아 도란도란 속삭이듯… 진도의 숨겨진 보석 조도군도

입력 2011-09-21 17:56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철부선으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조도는 진도의 숨겨진 보석이다. 섬이 바다에 내려앉은 새떼처럼 많다고 해서 조도(鳥島)로 불리는 섬은 154개의 섬(유인도 3개, 무인도 119개)으로 이뤄진 조도군도의 어미섬. 수평선을 수놓은 해무 속의 조도군도가 운림산방에 걸린 소치 허련 선생의 수묵화처럼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조도군도를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하려면 조도면의 면소재지인 하조도 어류포항에서 조도대교를 건너 상조도의 도리산 전망대(210m)에 올라야 한다. 상조도와 하조도를 연결하는 510m 길이의 조도대교는 아치형으로 곡선이 우아할 뿐 아니라 이곳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워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

톳 양식장이 즐비한 바다를 내려다보며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면 먼저 도리산 전망대 아래에 위치한 약수터를 만난다. 약수터 옆의 작은 평지는 옛날에 해적들이 빼앗은 물품을 숨겨두었다고 전해 오는 곳. KT중계소 때문에 시야가 가리는 제1전망대를 대신해 최근 약수터 옆 바위 위에 제2전망대가 들어섰다.

도리산 전망대에서 마주하는 섬 속의 섬들은 황홀하다. 통나무로 만든 전망대는 조선시대 봉화터였던 도리산 정상의 KT중계소 앞에 위치한다.

전망대 아래로 펼쳐지는 급경사의 원시림은 새들의 고향이자 바닷바람의 길목. 거센 바람소리와 새들의 합창이 어우러져 천상의 연주회를 감상하는 듯하다.

도리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조도면의 섬은 관매도를 비롯해 모두 147개.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보석을 흩뿌린 듯 154개의 섬 중 큰 섬 뒤에 가려 볼 수 없는 7개의 작은 섬을 제외한 섬들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관매도 너머로 추자도와 제주도까지 희미하게 보인다.

조도의 아름다움은 한국보다 외국에 먼저 알려졌다. 19세기 초 한국 서해안을 항해하다 점점이 뿌려진 섬을 발견한 영국 함대는 상조도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새떼처럼 모여 앉은 섬들의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나쳤던 섬에 일일이 이름을 붙였다.

영국의 해도에는 지금도 하조도는 앰허스트섬, 상조도는 몬트럴섬, 외병도는 샴록섬, 내병도는 지스틀섬으로 기록돼 있다. 영국 함대의 함장이자 여행가였던 바실 홀은 영국으로 돌아간 이듬해인 1816년에 ‘조선 서해안 및 류큐 제도 발견 항해기’라는 책을 펴냈다. 그리고 상조도에서 본 조도면의 전망을 ‘세상의 극치’라고 표현했다. ‘10일간의 조선항해기’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출간된 이 책에서 바실 홀은 조도 주민들의 생활상도 자세히 묘사했다.

도리산 전망대는 한국 최고의 해돋이와 해넘이 명소. 섬을 비집고 떠올라 섬 사이로 떨어지는 태양은 장엄하면서도 애잔하다. 해질 무렵 하늘이 갈라진 듯 구름 사이로 빛줄기가 쏟아지면 바다가 황금색으로 물든다. 귀항을 서두르는 어선이 황금색 빛줄기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 조도는 금세 붉은 저녁노을 속에 묻힌다. 이어 섬과 섬 사이로 불덩이 하나가 장렬하게 산화하면 기다렸다는 듯 하조도 등대가 불을 밝힌다.

조도에서 배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관매도는 3㎞에 이르는 고운 백사장과 송림이 아름다운 섬. 특히 바위산 중심부를 칼로 자른 듯 폭 3∼4m로 갈라진 하늘다리는 바라만 보아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하다.

진도=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