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누구… 정·관계 ‘朴의 친구들’ 3~4명 겨냥

입력 2011-09-21 22:03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두우(54)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21일 검찰에 소환됐다.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에 연루된 의혹으로 사의를 밝힌 지 6일 만이다. 검찰은 김 전 수석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의 화살은 또 다른 정·관계 인사들을 향하고 있다.

◇김 전 수석 역할 추궁=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로비스트 박태규(71)씨의 진술, 확보한 물증 등을 토대로 김 전 수석이 박씨에게서 현금과 백화점 상품권 등 1억원 안팎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와 김 전 수석이 지난해 4월부터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지난 2월 무렵까지 90차례 이상 통화했으며 박씨가 일제 여성용 골프채 세트, 드라이버 등을 구입해 김 전 수석 집으로 배달시킨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수석을 상대로 부산저축은행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캐물었다. 검찰은 지난해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하던 김 전 수석이 경제파트 고위관료나 금융감독 당국 인사에게 부산저축은행에 유리한 조치를 내리도록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연결 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당시로서는 박씨의 로비가 성공적이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오전 9시30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 출두한 김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입을 닫았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부정한 청탁도, 그에 따른 ‘액션’도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을 변호했던 이완수 변호사와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 수사부장을 지낸 정윤기 변호사가 김 전 수석의 변호를 맡았다. 검찰은 기초 조사가 끝난 뒤 김 전 수석을 입건, 피의자 신분으로 진술을 받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누구=김 전 수석은 박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소환된 첫 번째 고위 인사다. 검찰은 박씨가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을 만나 로비 대상으로 거론한 정·관계 인사 3∼4명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미 박원호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박씨에게 금품을 받은 단서를 잡고 구체적 경위를 파악 중이다. 이르면 다음주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금품이 오간 정황은 있지만 아직 ‘혐의’로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청와대 전·현직 수석급 인사, 여야 중진 의원, 광역자치단체장, 공기업 사장 등 ‘박씨의 친구들’도 잠재적 수사 대상이다. 이들은 박씨와 서울 강남과 여의도의 고급 식당, 특급호텔 등에서 종종 어울려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씨는 골프채, 고급 양주, 명품 넥타이 등을 곧잘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또 다른 로비 대상 역시 이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정·관계 인사에 대한 본격 소환에 앞서 박씨와 친분이 두터운 모 증권사 김모 부회장과 박씨 심부름 역할을 한 인물 등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는 한편 박씨가 주로 다닌 식당, 유흥업소 등을 탐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호일 노석조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