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경 판타지 소설 ‘그림자 전쟁’ 한국·프랑스서 동시에 출간된다

입력 2011-09-20 19:15


아동문학가 김진경(58)씨가 신작 판타지 소설 ‘그림자 전쟁’(문학동네)을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에 출간한다. 완성작을 수출하는 형식이 아니라 프랑스 출판사의 청탁을 받아 집필된 소설이 한국 프랑스 양국에서 함께 나오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김씨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해직교사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문학동네 측은 “프랑스 필립 피키에 출판사 대표가 2007년 한국 체류 중 작가에게서 ‘그림자 전쟁’의 작품 구상을 들은 뒤 두 나라 동시 출간이 성사됐다”고 20일 밝혔다. ‘그림자 전쟁’은 균형이 깨진 세상에서 ‘나’와 또 다른 ‘나’인 그림자의 싸움을 그린 작품. 한국어판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까지 3권으로, 프랑스어판은 이달 말부터 2013년까지 5권으로 완간된다.

김씨는 프랑스 아동 독자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 작가다. 2004년 프랑스에 번역 소개된 판타지 동화 ‘고양이 학교’가 입소문을 타면서 1∼2부 7권의 경우 문고판으로 나와 2만5000∼3만부가 팔렸다. 3부 3권 문고판은 조만간 나온다. 2006년에는 ‘고양이 학교’가 독자 투표로 수상작을 결정하는 아동문학상 앵코립티블상을 받았다.

번역자 임영희씨는 “‘고양이 학교’가 외국 아동문학으로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아동문학에 무지하던 프랑스 출판사들이 한국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덕분에 이후 한국 그림책이 프랑스에 상당히 많이 진출해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의 인기에 대해 작가 김씨는 “‘이런 상상이 가능하느냐’는 프랑스 어린이 메일을 많이 받았다. 엇비슷한 서구 판타지와 다른 동북아 신화적 모티브를 프랑스 아이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한국 시장만으로는 쓰고 싶은 걸 밀고 나가기 어렵다는 고민이 있었는데 프랑스 아이들이 많이 읽어 줘서 고맙고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까지 입성했던 열혈 교육운동가였던 김씨가 아동문학가로 성공하기까지는 교육적 고민의 힘이 컸다. 그는 “1990년대 초반 아이들의 변화를 교육적 측면에서 고민하다가 동북아 신화 공부를 시작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우리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갈 때는 세계적 맥락 속에서 우리 상상력의 독특함을 작품에 녹여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밝혔다.

필립 피키에 출판사는 일본 무라카미 류, 요시모토 바나나, 아사다 지로와 중국 옌롄커 등 아시아 각국 작가를 소개해 왔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