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 高3 교실 풍경… 아직 9월인데 취업 확정자 빠져나가 절반이 빈자리
입력 2011-09-20 13:45
19일 오후 2시 5교시 수업이 한창인 경기도 수원 매향여자정보고등학교 3학년 1반은 여느 고등학교의 수업 풍경과 달랐다. 교실 곳곳에 빈자리가 보이고 4분단은 아예 비어 있었다. “왜 이리 결석자가 많냐”고 묻자 학생들은 칠판에 빼곡히 적힌 ‘취직 확정자’ 명단을 가리키며 “채용 확정된 기업에 연수를 받으러 갔다”고 말했다.
전문계고는 3학년 1학기부터 취업을 시작한다. 취업이 잘될수록 이맘때쯤 고3 교실은 텅텅 빈다. 전문계고 3학년 교실의 빈자리는 최근 일고 있는 고졸 채용 열풍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상징이다.
매향여정보고의 3학년 학생은 419명이다. 취업 희망자 142명 중 취업이 확정된 학생만 59명(41%)이다. 우리은행 3명, 기업은행 1명, 삼성증권 2명 등 금융권에 9명이 합격했고, 두산 등 대기업 사무직에 13명이 취직했다. 취업을 담당하는 오귀석 교사는 “과거 금융권에서 제일 좋은 일자리가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이었는데, 올해는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정규직 일자리를 많이 구했다”면서 “옛날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3학년 1반 학생들은 고졸 취업 열기를 크게 반겼다. 강정이(19)양은 “기업에서 성실하고 꼼꼼한 여상 학생을 이제야 알아보고 기회를 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노해리(19)양은 “친구가 삼성 계열사에 사무직으로 합격했다는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얼떨떨했다”고 자신이 합격한 것처럼 기뻐했다.
차경미(19)양은 “대기업 일자리는 매우 적기 때문에 우리같이 평범한 학생이 취업 가능한 중소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벌써 9월 하순인데 교실에 남아있다는 불안감은 감추지 못했다. 노양은 “이렇게 취업이 잘 될 줄 알았으면 1, 2학년 때 공부를 더 열심히 할 걸 후회된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졸업하자마자 실업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계고 학생이 아직도 취업보다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 학교 역시 고3 학생 277명이 대학 진학을 희망해 취업 희망자 142명의 두 배 가까이 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19.2%로 2002년 50.5%에 비해 급감했다. 반면 대학 진학률은 71.1%에 달했다. 최영관 교장은 “고졸 채용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계속된다면 전문계고 학생이 대학을 선호하는 현실은 크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원=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