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태극자매… ‘길어진 코스’ 적응하라
입력 2011-09-20 18:14
19일(한국시간)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나비스타 클래식에서도 한국(계) 선수들은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선수(45명)들이 출전하면서도 올 들어 한국(계) 선수들은 단 1승(US여자오픈)에 그치고 있다. 그 1승도 지난해 한국 투어 상금랭킹 4위 자격으로 건너간 LPGA 비회원인 유소연(21·한화)이 기록했다. 그러는 사이 한국(계) 선수 통산 LPGA 100승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박세리(34)가 1998년 본격적으로 LPGA 우승사냥을 시작한 이래 시즌 중반이 넘도록 고작 1승에 그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06년 11승, 2009년 12승, 지난해 10승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올해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18개를 마친 가운데 이제 남은 대회는 고작 6개에 불과하다. 역대 최악의 성적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럼 한국선수 부진의 원인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최근 LPGA 대회 코스 전장이 길어지는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코스 길이가 길어져 드라이버 비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미국선수들에게 유리한 반면 비거리가 짧은 한국선수들에겐 불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US여자오픈의 전장은 웬만한 남자코스를 능가하는 파 71에 7047야드로 조성됐었다. 보통 여자코스의 경우 파72에 6500야드만 돼도 선수들에게 버겁다. 전장이 길어진 것은 한국선수 우승 견제용이란 견해가 있지만 정작 그 때문에 덕본 선수는 같은 동양계인 청야니(22·대만)여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68.6야드인 청야니는 LPGA 전체 1위인 장타력을 바탕으로 지난 4년간 메이저대회 5개를 포함해 10승을 쌓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선수의 부진은 길어진 코스에 적응하지 못한 훈련 방법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최근 한국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승수(8승)를 쌓은 신지애(23·미래애셋)의 경우 드라이버 비거리는 전체의 중간 정도인 247야드(82위)이나 정확한 아이언샷으로 승부를 걸어왔다. 하지만 비거리에서 21.6야드나 앞서는 청야니가 그린적중율에서도 1위(76%)를 기록, 신지애(71%·13위)를 앞서면서 승부는 불보듯 뻔했다. 결국 아이언샷도 잘 치는 장타자 청야니를 막을 한국선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나비스타 클래식에서 청야니를 꺾은 미국의 16세 신예 알렉시스 톰슨은 청야니에 앞서는 비거리를 갖고 있다는 점은 한국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또 대회 기간 중에도 매일 체력훈련을 거르지 않는 청야니의 훈련법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 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예전만 못한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도 최근 부진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