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3조 달러 규모 재정적자 감축”… 부자 증세 ‘버핏세’ 의회에 제안
입력 2011-09-20 01:0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3조 달러(약 3400조원)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대국민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향후 10년 동안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세금을 더 거둬들이겠다는 세수 증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세수 증대안에는 연 소득 25만 달러 이상의 부부에게 주어졌던 감세 혜택을 철폐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시행돼 온 이 감세안이 철폐되면 앞으로 10년 동안 8000억 달러의 세수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석유와 가스 회사의 세금 감면 혜택도 없어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연간 100만 달러 이상 소득의 부자들에게 최소한 중산층 소득의 세율을 적용하는 ‘최저 세율(minimum tax rate)’을 부과키로 했다. 이른바 ‘버핏세’로, 부자 증세를 촉구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워런 버핏의 이름에서 따왔다. 미 언론들은 부자들에게 5.4%의 누진소득세를 부과하면 향후 10년 동안 4800억 달러의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추산했다.
지출 삭감은 의료와 복리후생 분야에서도 이뤄진다. 오바마 행정부는 메디케어(노령층 의료지원) 분야에서 2480억 달러,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에서 720억 달러의 예산을 줄일 계획이다.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을 통해 1조 달러의 지출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세수 증대 및 지출 삭감안은 의회 내 슈퍼위원회에서 다루게 된다. 민주·공화당의 상하원 12명(6명씩 동수)으로 구성된 슈퍼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법안을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공화당이 부자 증세나 세금감면 철폐 등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슈퍼위원회가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모두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은 ‘버핏세’를 계급투쟁으로 규정하며 “계급투쟁은 나라를 더욱 분열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자 증세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료지원 부분에서의 지출 삭감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지출 삭감과 증세 분야 곳곳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간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