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하이닉스 입찰 포기”… 인수전 새 국면
입력 2011-09-19 21:31
STX가 19일 돌연 하이닉스 인수 추진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하이닉스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STX그룹은 이날 “지난 7주간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예비 실사를 진행했지만 세계경제 불확실성,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부담 때문에 인수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조만간 채권단 회의를 열어 나머지 SK텔레콤과 일정대로 수의계약을 맺을 것인지, 유효 경쟁 성립을 위해 새로운 인수 희망자를 기다릴 것인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인수 일정은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STX, 하이닉스 인수 포기 왜?=STX가 밝힌 하이닉스 인수 포기의 표면적인 이유는 글로벌 위기 장기화에 따른 투자 부담 때문이다. 하지만 STX그룹이 인수 중단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인수 대금 마련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자산 16조원, 연 매출 12조원에 이르는 ‘공룡 매물’ 하이닉스의 인수 및 초기 투자비용으로 3조∼4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해 왔다.
STX는 당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토후국인 아부다비의 국영투자회사인 아바르(AABAR)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이닉스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STX 측이 인수 금액의 51%를 부담해 경영권을 보유하고 아바르는 나머지 49%를 맡는 식으로 양사 간 인수자금 조달 계획을 최종 조율해 왔다. 하지만 아바르가 최근 투자 의사를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STX도 공식적으로 “중동 국부펀드와 컨소시엄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근거로 투자를 추진했으며 투자 유치 조건에 대한 최종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간산업이 외국자본에 넘어가선 안 된다”는 하이닉스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대를 비롯한 불리한 여론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는 등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STX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이닉스 매각 차질 불가피=하이닉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로선 시간을 더 갖고 다른 후보를 찾는 방안과 단독입찰을 실시하는 방안이 예상된다”면서 “매각작업을 계속 진행하더라도 입찰 참여자가 한 곳밖에 없는 상황에서 단독입찰을 할지 말지부터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입찰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예 매각작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채권단은 오는 21일 입찰안내서를 발송해 10월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11월 중에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연내 하이닉스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동안 하이닉스 매각작업은 번번이 무산돼 왔다. 2002년 미국 마이크론과 매각작업을 벌였지만 국부유출 논란이 일면서 물거품이 됐다. 2009년에도 효성그룹이 단독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자금조달 능력 논란과 특혜시비로 인수를 포기했다. 이듬해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이 없었다.
SK텔레콤은 “입찰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인수가격 경쟁이 벌어진 상황이 아니라 입찰 조건을 논의하는 단계라 유불리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면서 “입찰 조건을 면밀히 따져 가면서 원래 예정됐던 입찰 절차를 진행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맹경환 강준구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