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에 비할 음악은 없죠” 의사에서 교회음악작곡가로
입력 2011-09-19 18:10
“솔직히 고백하면 국민 구강보건을 위해 치대에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안정된 직업을 가지면 (작곡) 음악을 맘 놓고 할 수 있겠다 싶어서였죠.”
교회음악작곡가 김명환(52·사진) 목사가 서울대 치과대에 들어간 이유다. 하지만 김 목사는 재학시절 음대 근처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휴학을 하고 한동안 음대 청강생이 되기도 했다. 치과대 졸업 후 경기도 고양 지역에서 군의관(공중보건의)으로 3년을 보내면서 생각을 바꿨다.
1987년 선후배들이 개업할 때 그는 유학길에 올랐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음대 작곡과에 입학,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96년 귀국해 안양대와 경원대, 천안대 등에서 강의교수로 활동했다.
새천년을 맞으며 그는 젊은 세대들에게 찬송가를 올바로 전승시키기로 결심했다. 2000년 9월 할렐루야교회에서 찬양전도사로 사역하며 ‘어린이를 위한 찬송가 피아노교본’을 출간했다. 6·25전쟁 50주년 기념식 땐 1만5000권을 국방부에 기증했다. 김 목사는 이후 ‘어린이를 위한 찬송가 피아노 변주곡 시리즈’ 4권 등 60여권의 책을 펴냈다. ‘새찬양후원회’(newpraise.org)를 만들어 매년 콩쿠르도 열었다. 2005년 미국 남침례신학교(SBTS)에 입학해 목회학 석사를 취득했고, 지난해 5월 교회음악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에는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 콩쿠르도 열기 시작했다.
김 목사가 찬송가에 심취한 것은 4대째 장로교 신앙을 이어온 집안 배경이 작용했다. “세상 음악이 아름답고 멋지지만 찬송가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는 그는 현재 미국 켄터키주 포도나무침례교회의 찬양예배 담당 목사다. 한국을 오가며 11년째 다음 세대에 찬송가를 가르치는 사역을 펼치고 있다. 새찬양장학회도 세웠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레슨비를 지원한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내 영산 그레이스홀에 새찬양후원회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 수상자 3명과 지난해 수상자 1명이 연주 실력을 뽐냈다. 음악회가 끝나자 김 목사는 수상자 3명에게 장학금도 전달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