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미희] 사회갈등 넘는 대화와 타협

입력 2011-09-19 17:49


최근 보금자리주택지구로 발표된 일부 후보지에서 보금자리주택 유치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장 소환운동이 벌어졌다. 해당 지역 집값이 하락하고 재건축 일반분양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과 관련한 갈등은 보금자리주택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사례만 보더라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신공항과 같은 국책사업부터 쓰레기매립장, 하수처리장, 화장장 같은 지역 현안 사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때로 갈등의 정도가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어 아쉽다. 보금자리주택, 쓰레기매립장 같은 사업들을 보면 건설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환경이나 교통 문제,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경주 방폐장뿐만 아니라 포천·김포 화장장, 군위 가축분뇨처리시설 등과 같이 기피시설에 대해 매점 운영권 부여, 지역 현안사업 해결, 친환경적 건설 등 각종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지역주민과 정부가 대화와 타협으로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오히려 여러 지역에서 유치 경쟁까지 하는 선호시설로 변신시킨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해결 방안은 선진국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미국 브루클린 쓰레기소각장 건설 시에 주민 반대는 뉴욕 과학아카데미의 기술 전문가, 시민 및 정부 측 대표들이 공개토론을 거치고 암 발생 우려에 대해 주민들이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해결됐다. 일본 도쿄도 청소공장 건립에 대한 주민 반대는 주민과 함께 협의회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공원, 주민복지센터 등 선호시설을 함께 건설함으로써 해결됐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 정부 정책과 관련한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주민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 현안사업 해결 등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주민들도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세계적인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아무리 강대국이라 해도 국민이 화합하지 않으면 망하고 약소국이라도 화합하면 살아남는다’고 했다.

국가 발전의 동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국책사업이 사회적 갈등이나 지역이기주의에 밀려서는 안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작은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 공생하려는 노력이다. 이웃사랑과 공생의 지혜, 바로 이것이 인생을 살맛나게 하고,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 국가로 진입할 수 있는 조건일 것이다.

김미희 공간디자인협회장 전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