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종석 (10) 28년 전념했던 ‘갑상선’… 그러나 정복의 길은

입력 2011-09-19 20:53


차제에 갑상선 질환에 대해 독자들에게 일러두고 싶은 게 있다. 28년간 갑상선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을 훨씬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병력을 잘 청취, 분석하면 갑상선 이상은 쉽게 포착할 수 있다. 그런데 엉뚱한 방향으로 병명을 몰아가는 경우를 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급성갑상선염의 경우 통증이 유난히 심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 증상을 간과하고 다른 질병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를 진단할 때, 특히 갑상선 환자를 대할 때는 병력 청취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임상에서 쉽게 접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중독증)의 경우에도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다. 갑상선 자체에서 갑상선호르몬을 많이 생산해서 발생하는 갑상선기능항진증(그레이브스병, 바제도병)과 갑상전 자체에서 갑상선호르몬 생산은 증가되지 않지만 갑상 자체의 염증으로 갑상선여포가 파괴되어 갑상선여포에 저장되지 못하고 말초혈액으로 흘러나와 갑상선호르몬이 증가하는 경우다. 후자의 경우는 진정한 의미의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아니므로 치료방법은 전자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예는 너무나 많다. 요즘 많은 의사들이 갑상선을 진료하겠다고 나서고 있어서 좋은 현상이기는 하지만 갑상선질환 연구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점을 일러두고 싶다. 나 역시 갑상선을 거의 평생 연구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갑상선호르몬이 인체 대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다. 갑상선호르몬 부족 때문에 선천적으로 지능지수가 떨어지는 예도 많다. 우리나라는 지역적으로 갑상선질환이 많은 나라는 아니지만 특별히 여성의 경우는 갑상선염으로 인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우려되기 때문에 관심과 연구가 더 활발해야 한다고 본다. 임신 중 태아 갑상선호르몬 부족은 뇌 발달 저하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임신 중인 여성에게는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부족한 호르몬을 잘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갑상선염으로 인한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결절(종양) 등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만 제공한다면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게 내 소견이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다르다. 갑상선암 중에서도 갑상선유두암은 비교적 전이는 적고 생존율은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갑상선여포암은 갑상선유두암보다는 악성도가 높고 전이도 빠르므로 유의해서 관찰, 대처해야 한다. 갑상선역행성암은 비교적 드문 암이긴 하지만 이 암으로 진단되면 악성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6개월 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드물지만 가족력과 관련돼 있으므로 병력 청취가 중요하다. 갑상에 결절이 있는 경우 비교적 조기에 이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암 치료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은 조기 진단, 조기 수술이라 하겠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이렇다 할 항암제가 아직 변변한 게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의약계에서는 최근 다양한 약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좋은 항암제가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

정리=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