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겠다” → “원인규명에 최선 다하겠다”… 최중경 거취도 우왕좌왕

입력 2011-09-18 23:27

청와대는 18일 하루 종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거취 문제로 혼란스러웠다.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정전사태 관련자들을 강하게 질책하며 “책임소재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한 터라 ‘경질’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다. 여론 수습용 문책 인사를 극도로 꺼려온 이 대통령 스타일 상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전개된 양상은 이런 예상과 크게 달랐다.

최 장관은 이날 오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책임지겠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임 실장은 청와대 참모진과 총리실 관계자를 불러 회의를 열고 최 장관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이 무렵 청와대 측은 최 장관에 대해 “도덕적으로 정점에 있는 책임자”라며 “책임 당사자인 지경부가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발표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이는 오후 3시로 잡혀 있던 최 장관 기자회견이 사실상 ‘사퇴회견’일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회견에서 거취 언급은 “주무장관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라는 대목뿐이었다. 오히려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계속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여분 회견의 주요 내용은 “(산하기관) 보고가 늦어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거나 “허위 보고가 있었다”는 식이어서 ‘지경부는 큰 책임 없다’는 의미로 읽힐 만했다.

최 장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설명도 모호했다. 그는 최 장관이 정말 물러나는 거냐는 질문에 “장관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건 일상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면서도 “그것이 그만두겠다는 말은 또 아니다”고 했다. 이번 사태로 국민에게 사죄할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했지만 “(그 책임을 최 장관이 지는 문제는) 장관께서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틀 전 한국전력공사 본사에 직접 가서 크게 화를 냈다. 오후 5시가 넘어 이 대통령이 “가자”고 할 때까지 참모들도 예상치 못했다. 그 시점은 최 장관이 국회에서 “그냥 둘 경우 전국적 정전이 예상되고 복구에 최대 40시간이 걸려 (단전) 조치가 취해졌다”고 해명한 뒤였다. ‘대통령의 분노’를 가져온 건 바로 이 대목, “이 정도로 더 큰 피해를 막았다”는 식의 변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후속 조치에선 공직사회의 안이함에 대한 이 대통령의 분노가 잘 먹혀들지 않는 모양새다. 최 장관의 회견도, 그의 거취에 대한 청와대 설명도 어정쩡하기만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