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월세시대 오나… 서민 시름 가중
입력 2011-09-18 18:13
강남 아파트 임대 물건중 절반이 반전세나 월세
결혼을 앞둔 한정규(35)씨는 이달 초 경기도 광명 지역의 76㎡ 아파트를 보증금 1억1000만원, 월세 50만원의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계약했다. 매달 갚아야 할 대출 이자도 있어 가능한 한 전세를 얻고 싶었지만 서울과 가까운 곳에 1억원대 전셋집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한씨는 “1억원으로 괜찮은 전셋집 구하는 건 너무 힘들고, 교통 여건이 좋은 집은 대부분 월세가 끼어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세 위주였던 주택임대 시장에서 월세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재계약을 앞두고 있거나 새로 나온 매물의 상당수가 월세 또는 월세를 낀 반전세다. 경제 여건과 인구구조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 월세가 점진적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어서 서민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잠실동에서 최근 시장에 나온 아파트 임대 물량 중 50%는 반전세나 월세다. 대치동의 주요 아파트 단지도 지난해까지 월세가 30% 정도였지만 올해는 40∼50%까지 늘었다.
송파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전세 가격이 치솟다 보니 전셋값 상승분만큼 반전세로 돌리겠다는 집주인이 많아졌다”며 “특히 강남의 경우 최근 매물로 나온 주택에서 반전세나 월세 물량이 50%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서울의 주택 월세 계약건수는 7만753건으로 지난해 1년 동안 전체 월세 계약(5만3762건) 건수를 훨씬 초과했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신규 주택임대 계약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58.4%에서 지난 5월 54.2%로 4.2% 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보증부 월세와 순수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41.6%에서 45.9%로 늘었다.
월세가 늘어나는 이유는 저금리와 집값 안정세가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은행 금리는 연 4∼5% 수준인 반면 월세를 놓으면 연 6∼8% 정도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주택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것이 불가피한 만큼 월세입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1번지 관계자는 “임대료가 비싼 아파트가 월세로 바뀌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져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지 않을 경우 집주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전세 물량을 늘려 월세의 확산 속도를 늦추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