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앞 미술관’으로 가을마중 가볼까… 통의동 ‘아트사이드’ ‘시몬’ 갤러리 전시회

입력 2011-09-18 17:33


서울 통의동 경복궁 옆 청와대 가는 길에 좋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두 갤러리가 마주하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이전 개관한 갤러리 아트사이드(관장 이동재)와 시몬(관장 김영빈)이다. 청와대 앞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두 화랑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이끄는 조각가 윤영석(55·경원대 교수)과 서양화가 문범(56·건국대 교수), 두 중견 작가의 전시가 동시에 열려 관심을 모은다.

◇윤영석의 ‘Timelessness(영원)’=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작가는 근처에 돼지우리가 있는 작업실에서 밤낮으로 돼지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것이야말로 지옥이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러면서 생명과 시간의 문제를 개념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몰두했다. 실험적인 그의 작업은 1994년 ‘생물학적 사물, 심리적인 사물’, 2007년 ‘3.5차원의 영역’ 등 전시로 이어졌다.

아트사이드에서 4년 만에 개인전을 갖는 작가는 이번에 알 조각 작품과 알 또는 인물 사진을 렌티큘러(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다르게 보이는 기법)로 만든 작품, 디지털로 드로잉한 작품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는 커다란 알 두 개가 놓여 있다. 왜 알인가. 독일 유학시절 아침마다 계란 프라이를 해먹으면서 생명의 시원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발견했다고 한다.

일단 점토로 알을 만든 뒤 뼈를 새겨 넣었다. “조각은 시간이 공간에 새겨 놓은 뼈”라는 생각에서다. 이후 렌티큘러로 알의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에 매달린 끝에 섬세하게 움직이는 알 작품을 완성했다. 개념미술을 추구하는 그의 기존 작품이 다소 어려웠다면 이번 신작은 대중적이다. 작가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의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했다. 10월 16일까지(02-725-1020).

◇문범의 ‘Secret Garden(비밀 정원)’=서울대 회화과를 나온 작가는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느낌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그는 튜브에서 짜내는 유화물감 대신 립스틱 형태로 만든 오일스틱과 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세계 유수의 전시로 호평받은 그가 시몬에서 4년 만에 여는 개인전에는 오일스틱을 캔버스에 문질러 그린 신작 등 20여점을 출품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언뜻 꽃잎이나 연기를 연상시키는, 어디선가 본 듯하고 무엇인가를 닮은 듯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허공을 떠다닌다. 안견의 ‘몽유도원도’ 일부 같기도 하고 명멸하는 삶의 흔적 같기도 하다. 작가는 “끊임없이 흘러가고 변해가는 형태에 관심이 많다. 그런 형태들을 개인적인 필터로 걸러내고 화면에 수집하고 배열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제목 ‘시크릿 가든’에 대해 그는 “세상은 알 수 없는 것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눈을 부릅뜨고 들어가서 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형태들이 모여 있는 곳이 가든”이라고 말했다. 전작에서 형태들의 가장자리가 물에 번지듯 희미하게 사라지던 것과 달리 이번 연작에서는 형태들의 윤곽이 뚜렷하고 색상도 화려해졌다. 회화의 맛을 듬뿍 안겨주는 작품들이다. 11월 2일까지(02-549-303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