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아이디어로 창업 성공한 두 사례
입력 2011-09-18 17:42
창업도 ‘아이디어’ 시대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치킨·빵집·주류 프랜차이즈, 화장품·액세서리 판매점 등으로는 성공적인 창업을 기대하기 힘들다.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진흥원 전우소 팀장은 “최신 트렌드를 분석해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기발한 아이템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진흥원은 지난달 창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해 올해 유망한 창업 키워드로 친환경, 건강·웰빙, 유아·실버, 틈새공략, 외식 등 5가지를 꼽았다. 신사업 모델로 창업한 업체에 대해선 최대 4000만원까지 자금을 지원하고 홍보 및 경영개선 과정을 돕는다. 색다른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창업에 성공한 두 사람을 지난 16일 만나봤다.
‘포핀스 차일드케어’ 김해아씨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해아(35·여)씨가 창업에 뛰어든 건 지난해 4월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난 뒤다. 미국에 살던 언니가 부랴부랴 다섯 살짜리 조카를 데리고 귀국했다. 온 가족이 병간호에 매달리다보니 아이를 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구청에서 소개해준 어린이집을 찾았지만 빈 자리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김씨는 아이를 직접 돌보기 시작했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 서툰 조카를 위해 틈틈이 한글과 영어도 가르쳤다. 문득 ‘똑똑한 엄마를 빌려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김씨의 아이디어는 ‘프리미엄 홈스쿨링’으로 구체화됐다. 기존 베이비시터(돈을 받고 아이를 봐주는 사람)가 단순히 육아만 담당했다면 여기에 놀이와 교육을 추가한 개념이다.
지난해 9월 서울 자양동에 문을 연 ‘포핀스 차일드케어’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놀이를 통해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전문 교사를 파견하고 있다.
‘일하는 여성을 위한 육아 및 교육지원 서비스’라는 김씨의 아이디어는 지난해 10월 소상공인진흥원의 신사업 모델개발 창업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문을 연지 한달이 넘었지만 인지도가 없어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던 상황이었다. 김씨는 소상공인진흥원에서 받은 2000만원의 지원금으로 교재를 개발하고 교사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무엇보다 홍보의 힘이 컸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이라고 하니 믿고 등록하는 엄마들이 늘기 시작했다.
김씨는 “아이를 돌봐주는 엄마의 역할과 교육 프로그램을 접목시킨 점이 차별화된 부분”이라며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부모 대역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 앞으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핀스 차일드는 지난달부터 회원수가 급격히 늘고 있어 현재 7명인 교사를 충원할 방침이다.
독서교육 전문업체 ‘리딩엠’ 황종일씨
황종일(40)씨는 청소년들의 독서이력을 분석해 책읽기 전략을 제시한다는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독서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자녀를 둔 부모 대부분이 어떤 책을 골라줄지, 읽고 난 뒤에는 어떻게 관리할지 몰라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황씨가 운영하는 ‘리딩엠’은 독서 전문가인 리딩 코치가 책 선정에서부터 읽기, 쓰기 전 과정을 돌봐주고 그동안 읽은 책 목록을 분석해 취약점을 짚어주는 독서교육 전문업체다. 서울 신정동에 99㎡(30평) 규모의 독서교육센터 ‘커스’가 있어 학원 외에 마땅히 자녀를 보낼 곳 없는 맞벌이 부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황씨는 창업하기 전 소규모로 독서 그룹을 운영했다. 이 때 많은 부모들이 독서 교육에 관심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 답답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황씨는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고 소상공인진흥원의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응모했다. 독서이력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해 특허도 출원했다.
그해 7월 황씨의 아이디어는 신사업 모델개발 지원사업으로 선정됐다. 황씨는 3000만원의 지원금으로 독서이력진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대출금을 보태 지난해 12월 독서교육센터도 열었다. 센터에는 4500권 가량의 책이 비치돼 있다. 개원 첫 주부터 설명회와 간담회를 잇따라 개최해 독서이력진단 프로그램과 컨설팅의 필요성을 알렸다. 점차 센터를 찾는 학부모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현재 센터에 등록된 회원은 120명이다. 지난달 매출은 2000만원을 넘어섰다.
황씨는 “다양한 책을 많이 지속적으로 읽고, 그동안 읽은 책 목록을 분석해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 마음을 열었다”며 “기존에 없던 틈새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