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정전사태] 정전대란 전기료 인상 빌미되나

입력 2011-09-16 18:28

사상 초유의 대규모 전력공급 중단 사태가 벌어졌지만 국민들의 전력사용량은 위험수위를 계속 넘나들면서 ‘전기요금 인상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심각해진 전력난을 푸는 데는 자발적인 전기사용 자제로는 소용이 없고 요금 인상이라는 ‘강제 수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16일 한국전력거래소는 발전소 추가 가동 등으로 전력 공급량을 전날보다 59만㎾(0.8%) 증가한 7121만㎾를 확보했다. 그러나 늦더위가 지속되며 전날처럼 전기사용이 급증했고, 오후 2시40분 예비전력량이 안전선(400만㎾) 아래인 313만㎾까지 떨어졌다. 전력거래소는 오후 1시40분부터 예비전력이 300만㎾ 밑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보고 전력 수급 경보 ‘주의’를 발령하고 전압 조절 등 대책을 시행했다.

전력거래소나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들은 “전기 요금 인상 없이는 전력난을 잡을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전대란을 이용해 전기요금을 올리려 한다는 시각에도 불구하고 요금 인상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9% 올렸지만, 여전히 원가의 90.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주택용 전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8%, 산업용은 55%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싶어도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은 물가불안 때문이다. 지난 14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연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없다”고 말해 추가 요금 인상은 내년 하반기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싸다 보니 1인당 전력사용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일본보다 13%나 많다. 일본의 전기요금은 한국의 2.4배다. 특히 지난해부터 연중 전력사용량 최고치가 여름 혹서기가 아닌 겨울철(1월)에 기록되고 있다. 전기난방기를 마음 놓고 쓰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2∼3년마다 발전기를 정비하고, 정비하는 데는 1∼2개월 정도 걸리는데, 여름과 겨울철 모두 전력사용량이 최고치를 기록하니 정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대규모 정전도 여름철 전력비상수급 기간이 끝나자 그동안 정비를 제대로 못한 발전기 23대를 한 번에 정비하다가 예기치 못한 전력수요에 대응하지 못해 생겼다는 것이다.

지경부는 지난 15일 가전제품 등의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비자들이 에너지효율이 좋은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해 전력소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요금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에서 에너지소비효율을 철저히 따질 소비자가 많지 않아 제도 개선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