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로비’ 동기 부족, 돈 받은 증거 없다… 한상률, 1심서 무죄
입력 2011-09-16 18:04
‘그림 로비’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그림을 선물할 동기가 없고, 뇌물의 증거도 부족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16일 그림 ‘학동마을’을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상납한 혐의(뇌물공여)와 주정업체로부터 자문료 명목의 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청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당시 국세청 인사 관행이나 상황을 고려하면 한 전 청장이 승진에 도움을 받거나 포괄적인 도움을 얻기 위해 전 전 청장에게 그림을 선물해야 할 동기를 갖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림의 구입이나 전달 과정을 살펴보면 한 전 청장이 그림을 선물용으로 은밀히 구입했다거나 이후 부인이 그림을 전달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에 모순되는 점이 있고 일부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검사의 증거만으로는 그림을 뇌물로 전달한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주정회사들과 계약을 맺고 자문료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이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굳이 피고인을 거치지 않아도 다양한 방법을 통한 계약이 가능한 만큼 한 전 청장의 공모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한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인사청탁 명목으로 고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상납하고, 주정회사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69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징역 4년, 벌금 1억3800만원, 추징금 6900만원이 구형됐다. 검찰은 법원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한 전 청장은 2009년 1월 전 전 청장 부인이 “인사청탁과 함께 학동마을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그림 로비’ 의혹이 제기되자 국세청장을 사퇴하고, 같은 해 3월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올해 2월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