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첫 여성 총리 탄생
입력 2011-09-16 17:53
유럽 경기 침체의 여파를 타고 덴마크에서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됐다. 지난 10년간 지속해 온 우파 연정의 집권도 막을 내렸다.
15일(현지시간) 치러진 덴마크 총선에서 헬레 토르닝 슈미트(44) 사회민주당 당수가 이끈 중도좌파 진영이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47) 현 총리의 우파 집권 연정을 누르고 승리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개표결과 좌파 진영은 총 179석 중 89석, 우파 연정은 86석을 얻었다. 4석을 보유한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로군도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좌파 진영이 2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라스무센 총리는 16일 “슈미트에게 총리실 열쇠를 넘겨줬다”며 총선 패배를 공식 인정했고, 슈미트는 “오늘 우리는 덴마크 역사를 새로 썼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총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였다. 슈미트는 경제 활성화 공약에 집중함으로써 선거기간 내내 라스무센을 압도해 왔다.
첫 여성 총리이자 최근 반세기 동안 덴마크에서 가장 젊은 총리에 내정된 슈미트는 명망가 출신으로 정치적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영국의 거물 정치인 닐 키녹 전 노동당 대표의 며느리이기도 하다. 그는 유럽의회 의원으로 5년간 활동하다 2005년 2월 덴마크 사민당에 입성, 두 달 만에 당권을 장악하며 최초의 여성 대표에 올랐다.
그는 고급 가방을 좋아해 언론으로부터 ‘구찌 헬레’라는 비난을 받거나, 실력보다는 좋은 집안의 후광을 얻어 출세가도를 달렸다는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연정에서 극좌인 적녹연맹당과 우파에 가까운 사회자유당을 끌어들일 정도로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보이는 등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슈미트는 분배 위주의 전형적인 좌파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문제는 성장에 무게를 두는 실용주의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정책에서는 관용적인 이민정책 등 다양한 다문화 정책을 예고했다.
남편인 스티븐 키녹은 스위스 비영리기구인 세계경제포럼(WEF)의 유럽·중앙아시아 담당자로 활동 중이다.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