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전대란 피해 확실히 보상하라
입력 2011-09-16 17:40
사상 초유의 정전(停電)대란으로 인한 피해는 엄청났다. 전국 162만 가구 주민들이 암흑 속에서 가슴을 졸여야 했고, 승강기가 멈춰서는 사고도 1900여 건이나 있었다. 양식장에서는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했고, 냉장고가 필수적인 정육점과 음식점들의 피해도 잇따랐다. 일부 금융기관과 경찰서, 종합병원까지 업무가 마비됐다. 특히 구미공단, 대전산업단지 등에 위치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달리 자체 발전설비가 없어 조업을 중단하거나 원료를 버려야 할 처지가 됐다. 민심이 좋을 리 없다.
하지만 정부의 대처는 너무 안이하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서면 자료만 덜렁 내놓았다. 최 장관은 이 자료에서 순환 정전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한 뒤 사과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불가항력적 상황이어서 한전과 지식경제부 등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관재(官災)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지식경제부와 한전 자회사들이 전력 대란 경고를 무시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으나 지식경제부와 한전, 전력거래소는 변명에 급급한 모습이다.
더욱이 한전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정전된 시간 동안 전기요금의 3배를 보상하도록 규정돼 있는 전기공급약관에 따라 일반 시민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액이 800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심은 들끓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전 피해자들을 모아 한전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태세다.
정부는 정전대란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우선 보상 문제와 관련해 전기공급약관에 얽매이지 말고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나 양식장 등에 대해선 적정한 수준의 보상을 해주는 게 옳다. 최 장관이 “손해 보상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전국을 혼란에 빠트려놓고 ‘불가항력’이라고 강변하는 자세는 고쳐야 한다. 국민들에겐 뻔뻔하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휘라인을 문책하고, 안정적 전력체계를 조속히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