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벌어진 일 아주 수치스럽다… 부시 등 가짜 영웅들이 정치적으로 이용”

입력 2011-09-13 18:32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9·11 테러 이후 10년이 수치스럽다”고 했다. 발언 시점이 테러 10주년 기념일인 11일(현지시간)이어서 보수 우파가 강하게 반발했다.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NYT)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일으킨 보수 세력을 비난했다. 그는 “9·11 이후 벌어진 일은 아주 수치스럽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버나드 케릭 전 국토안보부 장관 등 ‘가짜 영웅들’은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9·11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크루그먼은 정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하려 하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한 전문가 집단의 행동도 올바르지 못했다고 힐난했다. 그는 “9·11의 기억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됐으며, 이는 점차 수치스런 것이 돼버렸다”고 했다.

부시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즈펠드는 트위터에서 “크루그먼의 글을 읽은 뒤 NYT 구독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크루그먼은 NYT의 칼럼니스트다. 럼즈펠드는 “엄숙한 추모의 날에 정치적 공격을 가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크루그먼은 12일에도 “9·11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건 잊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