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은행들 신용 위기에 ‘한국 리스크’도 급등

입력 2011-09-13 21:30


그리스 재정위기와 유럽 은행의 신용등급 하락 전망 등의 여파로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년4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경기침체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들도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13일 국제금융센터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 발행 외화채권에 대한 5년 만기 CDS 프리미엄은 12일 154bp(1bp=0.01%)로 추석 연휴 전보다 11bp나 급등했다. 지난해 5월 25일 173b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부도 위험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로 숫자가 클수록 위험도가 높다는 의미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국가 CDS 프리미엄도 41bp, 19bp 등으로 크게 급등했다.

추석 연휴 기간 촉발된 그리스 재정위기로 유럽 주요 은행들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여파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를 비롯 크레디 아그리콜, 소시에테 제네랄 등은 12일(현지시간) CDS 프리미엄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능가하는 수준까지 급등했고,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들 3개 은행에 대해 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정책 당국이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시장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신제윤 1차관 주재 긴급 점검회의에서 “그리스 디폴트 우려 확대, 프랑스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선진국 정책 당국의 대처 능력에 대한 의구심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폴 크루그먼 교수도 “유럽의 금융위기가 유로권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로 확대됐지만 유럽 지도자들은 이를 회피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유럽 주변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G20 재무장관들도 오는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연차 총회 전날 별도 모임을 갖고 세계 경제 상황 진단과 정책 공조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EU 국가들의 재정위기 사태는 지난 금융위기 때와 달리 재정 투입 등의 극복 수단이 마땅치 않아 우려가 더 큰 상태”라면서 “재정건전성 제고와 경제성장 촉진 간에 균형을 맞출 방안을 찾자는 게 핵심”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우리 정부도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 중반대로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확정된 내년 (성장률)전망치는 연말에 나오겠지만 이달 말 예산안을 낼 때 최대한 근접한 전망치를 내려고 한다”면서 “전체적으로 하방 위험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 원래 내년을 4.8%로 예상했는데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현재 글로벌 재정위기가 실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걱정”이라면서 “재정위기가 우리 수출, 내수, 소득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