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하차 불똥… 일부 프로그램 폐지설도

입력 2011-09-13 17:34


국세청으로부터 수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뒤 탈세 논란을 빚은 국민MC 강호동이 9일 급작스레 잠정 은퇴를 선언하면서 방송가에 후폭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당장 그가 진행하던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존속 여부가 불확실해진데다 광고계까지 불똥이 튀는 상황이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예능프로그램은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과 MBC TV ‘황금어장-무릎팍도사’, SBS TV ‘강심장’ ‘놀라운 대회 스타킹’ 등 4개이다. 지상파 3사가 모두 해당될 뿐더러, 평균 시청률을 합산하면 60%를 훌쩍 넘는 황금시간대 간판급 프로들이다.

게다가 강호동 개인의 캐릭터와 진행 실력에 의존하는 프로들이어서 강호동 은퇴 이후 프로의 존속 여부조차 불확실하다. 특히 강호동이 사실상 단독으로 진행해 온 토크쇼 ‘무릎팍도사’의 경우 강호동 이외의 대안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 박정규 PD는 “대책을 논의 중이지만 강호동씨의 역할과 비중이 워낙 커 쉽게 결론을 못 내고 있다. MC 교체도, 폐지도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송가에서는 “타이틀 자체가 강호동을 염두에 둔 프로여서 강호동 없는 ‘무릎팍도사’는 존재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며 폐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상파 3사를 통틀어 시청률 1위를 자랑하는 국민 예능 프로 ‘1박2일’도 타격이 크다. 다만 탈세 의혹 이전에 이미 하차 의사를 밝히고 6개월 시한부 체제가 합의된 상태여서 ‘무릎팍도사’보다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편이다. 나영석 PD는 “멤버 충원 없이 5인(이승기 이수근 엄태웅 은지원 김종민) 체제로 갈 것”이라며 “강호동씨와 상의해 2주 후에 있을 다음 녹화 때 고별 특집을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강호동의 은퇴 선언 이후인 11일 방송된 ‘1박2일’의 시청률은 전주보다 3.7% 하락한 20.7%를 기록했다.

이승기와의 공동MC 체제가 구축된 SBS TV ‘강심장’이나 진행자가 아닌 게스트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그나마 충격파가 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후속 MC 물색 등 대책을 논의 중이다.

광고계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강호동은 제약 레저 유통 업체의 제품 모델로 활동하며 모델료만도 10억원대를 받는 특급스타. 현재까지 계약 파기 소식은 없지만 광고 방송은 일시 중단된 상태. 앞으로 제품 이미지 하락 등을 이유로 계약 중단이나 송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