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거센 男風… 2012년 1000명 쏟아진다

입력 2011-09-13 21:28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척추신경외과 병동에서 일하는 이상빈(30)씨는 이 병원 일반병실에서 근무하는 최초 남자 간호사다. 환자 약 챙기고, 혈압 재고, 식사를 돕는 등 환자를 살피는 것이 주요 업무다. 3교대 근무도 똑같이 한다. 할머니 환자들은 이 간호사를 손자처럼 생각해 여자 간호사보다 좋아한다. 황현숙 간호파트장은 “남성 환자들은 소변줄을 끼워야 하는 등 필요할 때마다 이 간호사를 불러 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지방의 3년제 간호대를 나온 이씨는 졸업 전에 채용됐고, 2009년 국가시험에 합격한 뒤 곧바로 일반병실에 배치됐다. 이씨는 “처음엔 인턴의사나 청소용역 직원이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환자들이 거부하면 당황했지만 지금은 능숙하게 안심시킨다”며 웃었다.

여성만의 직업으로 여겨졌던 간호사의 길을 걷는 남성이 크게 늘었다. 13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올해 간호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남자 간호사는 837명으로 전체 합격자(1만2519명)의 6.7%다. 121명이 합격한 2004년에 처음 1%를 넘은 뒤 7배 가까이 증가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올해 응시자 921명 중 90.9%가 합격했다”며 “내년에는 남성 합격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자 간호사는 1962년 첫 면허 취득자가 나온 이래 지금까지 4166명이 활동하고 있다. 전체 간호사 28만2933명 중 1.47%에 불과하지만 매년 20∼30%씩 증가하고 있다.

간호사를 지망하는 남학생도 큰 폭으로 늘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4년제 간호대 재학생 중 남학생은 6684명으로 2000년(662명)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남자 간호사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원인은 취업난이다. 간호대 학생은 졸업 전 대부분 취업이 확정된다. 건국대병원 우진하 수술실 간호팀장은 “신입 남자 간호사 채용 면접에서 왜 간호사가 되려는가를 물어보면 예전엔 환자 돕는 일이 의미 있다는 대답이 많았는데, 요즘은 취업 때문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초봉이 최고 3500만∼4000만원으로 대기업 못지않은 대우를 받고 정년(58∼60세)도 보장받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적은 것도 매력이다. 여기에 직업에 대한 성역(性域) 파괴 같은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예전엔 남자 간호사의 근무지가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 등 ‘힘든 부서’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엔 입원 병동으로 확대되면서 인력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여자 간호사가 출산, 육아 등 이유로 중도 사직률이 높은 데 비해 남자 간호사는 그만두는 경우가 적어 병원 측의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 우 팀장은 “금남의 구역은 옛말이 됐다. 이제는 당당하게 전문직으로 대우받으며 여자 간호사와 경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