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으로 모은 12억 기부… 60대 독신녀 ‘숭고한 유언’
입력 2011-09-06 19:40
60대 독신 여성이 노점상을 비롯한 허드렛일을 하며 평생 모은 재산 12억여원을 대학과 사회복지기관에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영남대는 지난 7월 지병인 당뇨합병증이 악화돼 66세를 일기로 작고한 독지가 손영자(여·대구 중구 대신동)씨의 유족들이 최근 대학을 방문해 6억4000만원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고 6일 밝혔다. 유족들은 이와는 별도로 고인의 뜻에 따라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과 남산복지재단에도 각각 2억8000만원과 2억5000만원을 기부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손씨는 세 살 때 부친을 여의고 어려운 가정형편에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생업에 뛰어들어 억척스레 재산을 모았다. 그는 작고하기 직전 유일한 유족인 사촌동생 손영호(63·회사원·대구시 장기동)씨에게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남겼고 동생은 고인의 장례절차를 마무리한 뒤 고인의 유언을 집행하기 위해 이날 대학을 찾았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아낌없이 쾌척한 손씨는 결혼도 하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매우 인색했으며, 돈이 되는 일이라면 아무리 궂은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손씨는 10년 전 당뇨병에 걸렸지만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 채 생업에만 매달렸다. 이 때문에 합병증으로 만성신부전증을 얻어 병원을 전전한 끝에 외롭게 영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호씨는 “누님이 억척스럽게 일해 돈을 모았지만 평생을 알뜰하고 검소하게 살아왔다”며 “힘들게 번 돈을 헛되이 사용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세상을 떠나기 몇 개월 전 대학과 사회복지기관에 기부하기로 결정했고 누님의 뜻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못 배운 게 한(恨)이 됐던 손씨는 생전에 ‘생활고에 시달리는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했다고 한다. 그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1년 전부터 영남대병원에서 치료받은 것이 인연이 돼 영남대에 장학금을 기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대는 고인의 이름을 따 ‘손영자 장학기금’을 조성, 성적이 우수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10여명을 매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우리 학교와 개인적으로 연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평생 모은 거액을 기부해 준 고인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고인의 뜻을 받들어 인성과 창의성, 진취성,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들의 육성을 위해 소중히 쓰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