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무엇을 남겼나-(하) 기록 흉작, 그러나 절반의 성공] 10종목 톱10진입도 물거품 되다니…
입력 2011-09-06 18:13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세계적인 육상 대회를 개최한 우리나라는 그만큼 육상과 관련해 많은 숙제를 짊어지게 됐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는 개막일인 지난달 27일 대구스타디움에 총 4만6123명이 입장하는 등 대회기간에 총 46만4381장의 입장권이 판매돼 평균 입장률이 90.8%나 됐다. 그러나 실제 낮 관중의 대부분이 초·중학생 등으로 이뤄진 동원 관중이었다. 서울 뿐 아니라 경기가 개최된 대구에서도 이번 대회에 대한 관심은 너무 작았다. 그러다보니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대구 대회는 방송권료가 150만 달러 이상이나 됐지만 주최국인 한국에서는 국내 방송사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육상이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국내 방송사들이 경쟁을 하지 않았고, 결국 조직위는 국내 방송사 중 단 한 곳만 방송 계약을 체결했다. 중계를 하는 방송사도 초기 시청자들의 무관심을 의식, 소극적인 중계를 하다 조직위와 시청자들의 항의로 방송 프로그램을 늘이는 장면도 연출됐다. 방송사간 피튀기는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프로야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한국 육상은 홈에서 벌어진 이번 대회에서 높은 세계의 벽만 실감한 채 물러나야 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10개 종목에서 톱10 선수를 배출하겠다는 ‘10-10’ 목표를 내세웠지만 톱 10에 든 선수는 남자 경보 20㎞에서 6위를 차지한 김현섭(16·삼성전자)과 남자 경보 50㎞에서 7위에 오른 박칠성(29·국군체육부대) 등 2명이다. 예선을 통해 결선에 진출한 선수는 남자 멀리뛰기의 김덕현(26·광주시청)이 유일했다. 이로써 한국은 단 한 명의 메달리스트도 배출하지 못해 1995년 예테보리 대회를 개최한 스웨덴과 2001년 에드먼턴 대회의 캐나다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노메달 개최국’이 됐다. 두 나라는 다른 지역에서 개최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땄기 때문에 개최국 중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근간이 되는 종목이다. 뛰고, 달리고, 던지는 육상으로부터 모든 스포츠는 파생됐다. 하지만 한국에서 육상은 잘하는 선수 몇 명을 뽑아 집중적으로 육성시키는 엘리트 스포츠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를 수확한 일본은 이미 육상이 초·중·고교생들이 누구나 학교에서 하는 생활스포츠화가 돼 있다. 실제 일본은 중·고교 등록 선수만 20만 명이 넘어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육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단 6542명에 불과하다.
연맹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조언을 받고 정부와 협의해 10월까지 장기적인 발전 청사진을 내놓을 예정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