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박원순 단일화] 한숨 돌린 한나라 “최악 시나리오 피했다”

입력 2011-09-06 20:07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을 하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날, 한나라당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여론조사에서 서울시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원장이 야권 단일화 후보로 출마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기 때문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진보 색채가 분명한 박 상임이사를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한 게 사실”이라며 “안풍(安風)은 이제 꺼질 테고 박 상임이사의 낮은 지지율은 띄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안철수·박원순 때리기’도 시작됐다. 김기현 대변인은 안 원장의 불출마 기자회견 직후 브리핑를 갖고 “위선좌파는 곽노현씨의 선거야합으로 국민을 속이고 현혹하더니 안철수와 박원순 역시 좌파야합 정치쇼를 하고 있다”며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 듯하던 안철수씨의 본색도 알고 보니 자신이 그토록 비난하던 구태 야합 정치인과 다름없음이 확인됐다”고 맹비난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 출판기념회에서 “정치적, 제도적 기반이 없는 대중적 인기는 신기루”라며 안 원장을 겨냥했다. 정 전 대표는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 제가 누린 대중적 인기도 ‘신드롬 현상’에 가까운 것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준표 대표도 축사를 통해 “‘안철수 바람’이라고 표현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거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내공과 상상력 없이 갑자기 뛰어들어 벼락인기로 (정치를) 할 때는 자기 밑천이 다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이 한나라당과 선을 그으면 전선이 형성될 것이고 안 원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던 한나라당 지지자의 20%가량이 고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풍에 휘청거리던 여론을 지켜보던 여권 후보군들의 ‘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영진 의원이 이미 출마 의지를 밝힌 가운데, 당내 지명도 1위인 나경원 최고위원의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일보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GH코리아(대표 지용근)가 지난 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양자대결에서 나 최고위원(49.2%)은 박 상임이사(24.9%)를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의원 측은 “지금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김 대변인은 “선거 구도가 단순해진 만큼 계산도 쉬워졌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보문제를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