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박원순 단일화] “朴은 심정적 동료”… 인간적 유대감 결정적

입력 2011-09-06 20:01


압도적인 지지율에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한 데에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의 오랜 인간적 유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출마 여부를 결심하는 데 ‘최대 변수’가 박 상임이사라고 분명히 밝혀왔다. 그는 최근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출마 여부 결정의 가장 큰 고민은 박원순 변호사”라며 “워낙 그분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분을 만나고 난 뒤에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의 인연은 2003년부터다. 박 상임이사가 이끌던 아름다운가게의 ‘아·토(아름다운 토요일)’ 행사에 안철수연구소가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만남 이후 박 상임이사는 안 원장에게 아름다운재단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고, 안 원장은 지금까지도 아름다운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03년 포스코 사외이사로도 함께 활동했다. 안 원장은 “박 변호사님은 저의 심정적 동료, 마음 속 깊은 응원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안 원장의 분명한 ‘반(反) 한나라당’ 정서도 출마 포기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안 원장은 시장직 출마를 고민하게 된 계기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 서울시장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된 것은 한나라당이 그 문제를 촉발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보궐선거를 통해)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발전한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등 야권에서 지속적으로 ‘둘 다 출마하면 한나라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자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서울대와의 신의 문제도 안 원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는 “서울대로 옮겨 한 학기만 근무했다”며 “인생을 살아오면서 작은 신의라도 지켜야 한다는 원칙과 (서울시장 출마가) 다른 것이어서 고민”이라고 강조해 왔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시장직 도전을 멈춘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는 박 상임이사가 맡고, 대선 후보로는 안 원장이 나선다는 이른바 ‘역할분담론’이다. 출마설만으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시장 당선가능성 1위로 꼽히는 등 고공 지지율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안 원장 측근들이 대선용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 이달 말 운동본부를 만들고 내년 초에 창당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안 원장은 이런 움직임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