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박원순 단일화] 安 “불출마”… 대선 직행하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서울시장 출마를 접고, 대신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출마를 지지하기로 했다. 이는 안 원장이 사실상 내년 대선 출마로 직행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서울시장 판도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 구도에도 격랑이 일 전망이다.

특히 안 원장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될 때에는 시민사회 중심의 제3의 정치세력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고, 기존 한나라당·민주당 양당 중심의 정치권 지형도 대대적으로 개편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안 원장과 박 상임이사는 오후 2시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2시간여 회동을 갖고 박 상임이사 쪽으로 서울시장 출마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안 원장은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는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며 “박 변호사(상임이사)가 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저에게 보여주신 기대는 우리 사회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란 생각한다”며 “저를 믿어주신 분들의 기대를 잊지 않고 사회를 먼저 생각하며 살아가는 정직한 삶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박 상임이사도 회견장에 나와 “안 원장과 잠깐 동안의 대화로도 서로 진심이 통했다”며 “서로가 새로운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이런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우리 시대를 새로운 시대로 바꿔 나가는 일을 하고 싶다”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박 상임이사는 이르면 7일 기자회견을 따로 열어 출마의 변을 밝힐 예정이다.

두 사람이 박 상임이사 쪽으로 출마 단일화가 이뤄짐에 따라 야권 통합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회견에 앞서 박 상임이사는 민주당 소속 한명숙 전 국무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3자 회동을 갖고 선거 승리를 위해 ‘범시민 야권 단일 후보’를 선출하기로 합의했다.

여야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강남좌파 안철수 파동이 결국 좌파 단일화 정치쇼로 막을 내렸다”며 “선거만을 위해 야합한 곽노현식 단일화가 연상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용섭 대변인은 “두 분의 단일화는 반한나라당 단일대오를 형성하여 야권통합을 이루는 데 중요한 물꼬를 튼 청신호”라고 환영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대선 전초전 성격인 10·26 재·보궐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정국의 주도권이 바뀔 수 있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손병호 백민정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