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탐방-한동글로벌학교] “배워서 남 주자!” 말씀 안에서 인류에 기여하는 인재로
입력 2011-09-06 17:02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A선교사는 3년 전만 해도 자녀교육 문제로 고민이 컸다. “현지 학교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사회주의 체제 아래 편협한 교육을 받을까봐 걱정됐죠.” 그는 기도 끝에 두 딸을 경북 포항 흥해읍에 있는 한동글로벌학교로 보냈다. 현재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승연(가명·18·여)양은 “안정된 커리큘럼과 신앙이 확고한 선생님들이 마음에 든다”며 학교생활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잘 배워서 남 주자=피승호(40·맨 아래 왼쪽 사진) 교장은 학교 교육이념을 ‘배워서 남 주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하나님 말씀 안에서 자신을 계발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웃에 봉사하고 인류에 기여하는 인재로 만들어집니다. 인격, 시민의식, 능력, 국제성 등은 결국 올바른 크리스천 교육을 바탕으로 형성되거든요.”
피 교장은 ‘학생에게 다가가는 교육’을 강조한다. 그가 머무는 교장실은 학생들이 오가는 중앙현관 로비 바로 옆에 있다. 책상 뒷벽에는 학생들이 그려 준 생일 축하그림이 붙어 있다. 교장실 안에는 사탕과 초콜릿이 수북하다. 학생들은 수시로 교장실에 들어와 신앙과 진로 고민을 털어놓는다.
교사 사명 선언에는 ‘학생들이 진리 안에서 성장해 민족과 세계를 위해 봉사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이 되도록 양육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어교사 곽인옥(37·여)씨는 “수업 진도에 쫓겨 지치거나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사명선언을 되새긴다”며 “그럴 때마다 교사로서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반성하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귀띔했다.
학교는 1995년 한동대가 개교하면서 태동됐다. 외국에서 온 교수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98년 ‘한동국제아카데미’라는 홈스쿨 학부모 모임을 결성했다. 아카데미는 교육 대상을 선교사 자녀로 확대했고, 오지 선교사 자녀를 위해 학교 설립을 준비하던 ‘또 감사회(Another Thanksgiving)’와 함께 2001년 5월 한동국제학교를 세웠다.
현재 학교에는 354명(초등 106명, 중등 138명, 고등 110명)이 재학 중이다. 이 중 선교사 자녀는 23.4%를 차지한다. 학교 설립 10년째인 지난해 7월, 경북교육청으로부터 초·중·고 통합 대안학교로 인가를 받았다.
학교는 매일 아침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경묵상을 하고 있으며, 매주 전교생 채플과 세족식, 신앙 체험 등의 행사를 실시한다. 수업은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70% 이상을 영어로 진행한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위해 국어와 국사, 사회 교육에도 힘쓴다. 160명가량의 학생이 기숙사생활을 하고 있다.
8학년 배성훈(15)군은 신앙교육이 학교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침마다 함께 나누는 묵상은 그날의 힘이 돼요. 선생님, 친구들과 하나님이라는 틀 안에 함께 있다는 소속감을 느껴요. 덕분에 수업에 집중도 더 잘되고요.”
8학년(중2)을 담임하고 있는 아담 정(36)씨는 선교사 자녀들이 있는 것이 학생들의 눈을 세계로 돌리게 한다고 했다. “지난 2월 이집트에 반정부 시위가 났을 때, 3월 일본에 대지진이 났을 때 선교 현지에 부모가 있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위로하다 보면 뉴스보다 더 상세하게 현지 상황을 듣기도 합니다. 교실 안에 세계가 있는 느낌입니다.”
◇대학진학률 100%=한동글로벌학교 학생들은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다. 지난 3년간 대학진학률은 100%다. 졸업생들은 미국의 각 주립대와 일본의 와세다 대학 등에 주로 진학했다. 그러나 피 교장은 마음이 마냥 편하지는 않다고 했다. “아무래도 한국의 교육체계 아래 있다 보니 입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요. 그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신앙과 인격, 품성 교육에 계속 우선순위를 둘 생각입니다.”
서울 월곡동 이기남(46·여)씨는 2009년 딸을 학교에 보냈다. 한창 예민한 사춘기의 아이를 기숙학교에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딸을 옆에서 잘 먹이고 챙겨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다. 대안학교이기에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 선후배, 동문의 도움을 받기 힘들 것이라며 주변에서도 만류했다. 그러나 이씨는 딸이 청소년기에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과 자존감을 갖길 바랐다. 묵상, 기도가 습관이 돼 힘들 때마다 하나님께 예배하는 아이가 되길 소망하며 학교에 보냈다. “입학식을 대신한 부흥회에서 설교자가 나와 ‘선생님께 잘못이 있는 학생들은 나와 선생님을 꼬옥 안아주라’고 했어요. 전교생이 나와 울면서 교사를 안아주는 모습,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의 신앙교육을 소홀히 했다고 회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이 학교에 잘 보냈다’고 생각했죠.”
이씨는 “정규 학교로 인정받으면서 검정고시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지만 그에 따라 입학생이 증가할 것이고, 학부모의 기대와 요구도 늘어날 것”이라며 “학교가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학교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입생 모집은 고등과정 오는 9월 16일까지, 중등 9월 26일∼10월 14일, 초등 10월 17∼28일이다. (his.handong.edu·054-260-1734).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