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교육감 직선제… 정치오염에 시든 교육풀뿌리 대안찾기 급물살
입력 2011-09-06 17:34
2008년 서울시 첫 직선교육감에 보수성향의 공정택 전 교육감이 당선됐다. 그러나 공 전 교육감은 1년여 뒤인 2009년 10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이 확정돼 직을 잃었다. 선거 당시 부인 명의의 차명예금을 재산신고 때 누락한 혐의다. 공 교육감은 학원 관계자들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얼마 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공 교육감 후임을 뽑는 지난해 6월 교육감 선거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패 척결’을 내세워 당선됐다. 그러나 곽 교육감마저 1년여 만에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뒷돈 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감 직선제가 돈 선거의 근본 원인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추진하면서 찬반여론도 다시 불붙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돈 선거? 로또 선거?= 시·도교육감 직선제는 2006년 12월 여야 합의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작됐다. 교육 소비자가 직접 교육 수장을 뽑자는 취지여서 ‘교육 자치’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직선제 시행 결과 돈과 관련된 비리가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공 전 교육감, 곽 교육감뿐 아니라 선거에 후보로 나섰던 주경복 건국대 교수도 2008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왜 돈 문제가 계속 터질까. 교육감 후보들은 정당 지원을 받는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와 달리 개인 돈으로 선거를 치르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 법정 선거비용만 서울 38억5700만원, 경기도 40억7300만원이다. 교육감 후보들은 정치인보다 인지도가 낮아 홍보비를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선거를 치르는 후보들은 개인적으로 수십억원의 선거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 과정에 학원 등 이익집단, 교원단체 등이 개입하면서 비리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의 관심은 저조한데도 후보가 난립하는 점도 문제다. 정당공천을 배제하면서 유권자가 판단할 기준이 불분명하다. 선거기호 앞자리를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아 로또 선거라는 비판도 나온다.
◇직선제 폐지 대안 급물살…교육자치 훼손 우려도=직선제 대안으로 ‘후보 공동등록제’ ‘시·도지사 임명제’ ‘러닝메이트제’ 등이 제시되고 있다. 공동등록제는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는 대안이다. 시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공동으로 등록해 같은 기호를 받고 선전벽보, 선거공보 등에 공동등록 사실을 기재하는 제도다. 한나라당과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일 공동등록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세종시특별법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추진키로 합의했다. 세종시에 먼저 도입한 뒤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공동등록제는 유권자가 별도의 투표용지와 투표기호(시장 1명, 교육감 1명)에 각각 투표하지만 공동등록 후보자에게 동일한 투표기호를 부여한다. 공동 선거운동으로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교육 행정과 일반 행정의 협력을 촉진한다는 장점이 있다.
러닝메이트제는 시장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정당이 교육감 후보를 공천하고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제도다. 시·도지사가 교육감을 임명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교육감·교육위원 직선제를 폐지하는 대신 시·도지사가 시·도의회의 재적 과반수 동의를 얻어 임명토록 했다.
하지만 직선제 폐지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거세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취지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가치가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또 임명제와 교육위원회 간선제 등을 거쳐 2007년 도입된 직선제를 폐지하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지적도 있다. 공동등록제의 경우 공동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반론도 크다.
직선제 폐지에 대한 교원단체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감 직선제에 반대하면서도 “후보 공동등록제가 후보 난립을 막는 장점은 있으나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직선제를 보완해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전교조 임정훈 대변인은 6일 “후보공동등록제, 시·도지사 임명제, 러닝메이트제 등은 명칭만 다를 뿐 결국 교육 자치를 말살하려는 음모”라며 “직선제 문제는 선거비용 후원회 허용 등 공직선거법을 보완해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