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문건 한국 외교 현주소] 김성환, 美쇠고기 반대시위 “수치”
입력 2011-09-06 02:41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로 인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연기된 일을 두고 주한 미 대사에게 “수치스럽다”(shame)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외교전문에는 약소국으로서 한국 대미외교의 씁쓸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일화가 여럿 있다.
◇“이 대통령 부시에 감사”=2008년 6월 26일 주한 미 대사관발 외교전문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에 갓 임명된 김 장관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의 감사를 전하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쇠고기 협정(재협상을 의미하는 듯)이 실행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데 대해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쇠고기 시위로 부시 방한이 연기된 것은 유감스럽다(regrettable)”고 했다고 외교전문 ‘본문’에 기록돼 있다.
버시바우가 외교전문의 ‘요약’에서는 김 장관이 “이는 수치(shame)다”고 말했다고 본국에 보고한 점을 볼 때, 김 장관은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 연기에 대해 “유감”과 “수치”라는 표현을 모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또 “이 대통령이 부시의 방한을 가장 빠른 일정으로 다시 추진하길 원한다”면서 부시의 중국 베이징 방문 전후인 8월 초순 일정을 요구했다. 부시는 7월 9~11일 방한할 예정이었다. 버시바우는 김 장관을 가리켜 “숙련된 외교관으로 모든 미국적인 것을 편히 여긴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미국만 바라본 외교=2007년 샘물교회 신도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됐을 때 우리 정부는 주한아프가니스탄 대사관과 접촉하지 않고 미국에만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해 8월 2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교부, 국방부 인사들이 데이비드 세드니 미 국방부 동아시아담당 부차관보를 만나 피랍자 안전을 위해 미국 정부가 아프간 정부의 군사행동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세드니 부차관보는 한국 정부의 의사를 아프간 정부에 전달했으며 아프간은 주권국가이므로 한국이 직접 접촉하라고 했다.
NSC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청와대는 주한 아프간 대사관과 (이 문제에 관해) 접촉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NSC 관계자는 어처구니없게도 “아프간 대사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다. 피랍 사건이 일어난 지 10여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MB “클린턴은 다르다”=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009년 2월 방한했을 때 국가원수급 대우를 지시한 사람은 이 대통령이라고 외교전문이 공개했다. 그해 2월 26일 작성된 외교전문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미 대사는 외교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 대통령이 “평범한 장관급 방문이 아니다. 클린턴은 특별한(extra) 의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클린턴은 결국 국가원수에게 제공되는 19명 규모 경호팀의 경호를 받았다. 내정자 신분이던 한덕수 주미 대사는 클린턴의 방문으로 “모든 반미 감정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스티븐스 대사에게 전했다. 당시 클린턴은 국무장관 취임 뒤 첫 해외 방문지로 서울을 택했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