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시문학상’ 수상자 무샤르, 詩로 현대史 억압·폭력 고발… 한국시 전도사
입력 2011-08-31 17:44
두 번째를 맞는 ‘창원 KC 국제 시문학상’ 수상자로 프랑스의 클로드 무샤르(70) 시인이 선정됐다.
심사위원회(위원장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는 31일 “지난해 첫 수상자인 중국의 망명시인 베이다오(北島)가 동아시아 전통에 입각한 ‘냉정한 서정의 시인’이었다면 올해는 ‘보편성’에 보다 더 무게를 두고 저명한 서구시인 여러 명을 논의한 끝에 무샤르 시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 본연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 정치·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려 깊은 배려로 집약되는 무샤르의 작품 세계는 동아시아의 전통정신 및 보편성과 상통한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무샤르 시인은 프랑스의 저명한 시전문지 ‘포에지’의 편집 책임자 중 한 명으로, 한국 현대시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는 대표적 지한파이기도 하다. 1999년 ‘포에지’ 여름호에 이상, 김춘수, 고은, 기형도 등 한국의 대표적 현대시인들을 특집으로 다뤘고 지난해에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나온 시들을 공동 번역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인간의 차별과 억압과 폭력을 고발하는 증언문학으로 집약된다.
“건축된 모든 것을 지켜내기,/ 44년도의 폭격 이후/ 그러니까 또 다시 전쟁에서 막 벗어날 때 (40년대)/ 이따금씩… 그 전쟁에 대한 유치한 회상이?/ 거리, 집들의 잔해들이 어느 “새로운” 시대에 핏기 없는 형체로 불쑥 나타나곤 하였을 때…/ …옥수수 빵은 오렌지 색이었고… 타는 냄새가 공기 중에 떠돌았고… 우리들은 지하창고에 쌓인 감자 싹을 땄다.// (중략) // 그 모든 것의/ 안정성은/ 오랫동안… 요컨대 믿을 수 없는 것으로만 남아있을 뿐이었다…”(‘자서전 1’ 부분)
그는 유년에 체험한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비롯해 주로 현대사의 억압과 속박의 희생자에 대한 관심을 이처럼 ‘증언’ 형식으로 표출하고 있다. 시집 ‘신분증’ ‘잃어버리다’ ‘공기’ 등과 여러 산문집을 통해 현대사의 희생물로 떠도는 ‘표류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증언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인본주의에 닿아 있다. 실제로 그는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건너온 아프리카 출신 불법체류자들에게 20년이 넘게 숙식을 제공해 주고 있기도 하다.
1999년에 이어 내년에도 ‘포에지’ 한국시 특집호 발간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3일 오후 4시 경남 창원 진해구민회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