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스타 길러낸 명코치들… 저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입력 2011-08-30 18:51

세계 정상에 오른 선수들의 뒤에는 그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이끌어준 명코치가 있었다.

대회 사흘째인 29일 여자 100m와 남자 110m 허들에서 나란히 정상에 오른 카멜리타 지터(32)와 제이슨 리처드슨(25)은 모두 미국대표팀의 존 스미스(61)라는 걸출한 코치에게 빚을 졌다. 1970년대 400m 선수로 활약했던 스미스는 선수로서 그다지 명성을 떨치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스미스는 1999년 남자 100m 세계 기록을 최초로 9초70대로 끌어내린 모리스 그린(미국)을 비롯해 아토 볼든(트리니다드토바고), 존 드러먼드(미국), 마리 호세 페렉(프랑스) 등 1990년대 육상계의 전설을 길러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한 지터는 스미스를 찾아가 주법을 완전히 수정한 끝에 ‘단거리의 여왕’으로 자리매김했다. 남자 110m 허들에서 우승자가 된 리처드슨은 “스미스와 이야기하면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고쳐 나가며 발전할 수 있었다”며 공을 온전히 스승에게 돌렸다. 지터와 리처드슨은 다이론 로블레스(쿠바)의 실격으로 리처드슨이 금메달리스트가 되자 스미스 코치를 함께 껴안고 기쁨을 나누는 훈훈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단거리에서 미국과 쌍벽을 이루는 자메이카에는 글렌 밀스(62) 코치가 있다. 밀스는 2004년부터 우사인 볼트(25)를 가르쳐 ‘단거리 황제’로 조련했다. 이번 대회 남자 100m에서 우사인 볼트가 부정 출발로 실격한 사이 금메달을 차지한 요한 블레이크(22)도 밀스 아래서 훈련받은 선수다. 단거리 최강을 자부하는 자메이카 대표팀에는 밀스 코치가 이끄는 ‘레이서스 트랙 클럽’ 선수가 11명이나 포함돼 있다.

‘장거리 왕국’ 케냐의 숨은 힘으로는 세인트패트릭 고등학교의 콤 오코넬(61) 코치가 꼽힌다. 오코넬은 1988년 서울 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인 피터 로노를 시작으로 800m 세계기록을 작성했던 윌슨 킵케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3000m 우승자인 매튜 비리르 등 숱한 철각을 길러냈다. 이번 대회 남자 800m에 출전한 다비드 레쿠타 루디샤(23)도 오코넬의 지도를 받았다.

이번에 여자 원반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리옌펑(32·중국)의 뒤에는 카를하인츠 슈타인메츠(독일) 코치가 있었다. 슈타인메츠가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라르스 리델(독일)을 설득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원반던지기 4연패를 달성하도록 한 일화는 유명하다. 리옌펑도 금메달을 딴 후 “슈타인메츠는 세계 최고의 코치”라며 경의를 표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