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고용률 분석] 부산, 구직 엑소더스… 10여년 새 30만명 빠져나가
입력 2011-08-30 22:23
부산 양정동에 사는 박모(30)씨는 대학을 졸업한 지 벌써 5년째다. 처음엔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서울에 있는 회사들에 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대기업을 포기하고 부산에 있는 기업체로 눈을 돌렸지만 마땅히 갈 곳도, 받아주는 곳도 없다. 이제 사실상 기업체 취업은 포기했다. 한 달 전부터는 낮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 대연동의 김모(48)씨는 4년 전 다니던 회사의 부도로 실직했다. 재취업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영업용 택시와 대리운전 회사에서 임시기사로 일했지만 수입이 너무 적어 그만뒀다. 지금은 아내가 병원 식당에서 번 수입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한다. 김씨는 최근 작은 식당이라도 운영해 볼 생각으로 기장군에 있는 한 요리학교에서 무료 요리수업을 듣고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는 세 아이 교육을 생각하면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다.
부산이 일자리 부족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 제2의 도시가 고용률 전국 꼴찌라는 아이러니한 기록을 내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고령화의 그늘=부산경제진흥원 이상엽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지방의 고용이 모두 어렵지만, 부산이 유독 심각한 것은 부산에 경제활동인구, 즉 ‘일할 수 있는’ 인구가 가장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은 노인 인구가 유달리 많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 결과를 보면, 부산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1.7%로 전국 평균(11.3%)보다 0.4% 포인트 높았다. 7개 특·광역시 중 단연 1위다. 2위인 대구(10.3%)보다 1.4% 포인트나 높다.
청년층 인구가 여타 지역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유출되면서 부산이 빠르게 노령화된 결과다. 부산의 노령화 지수도 85.9%로 광역시는 물론 도 지역인 경남(72.9%), 충북(84.2%)보다도 높아졌다. 그런데 농·어업 기반이 없는 대도시에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자연히 고용 상황은 악화된다.
또 하나는 학생 인구다. 부산은 15∼29세 청년층 중 전문대 이상 재학생 비중이 40%가 넘는다. 이 센터장은 “부산은 국립대부터 전문대까지 대학 수가 눈에 띄게 많은 도시”라면서 “대학이 많다 보니 비경제활동인구인 대학생이 많고, 때문에 고용률은 나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부산의 20대(20∼29세) 고용률은 지난해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40%대까지 떨어졌다.
◇“도시 1곳 인구가 떠났다”=노인과 실업 청년이 많은 도시. 무엇이 부산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부산대 황한식 경제학과 교수는 “12∼13년 새 웬만한 도시 1곳 인구 정도인 30만명이 부산을 떠났다”며 “부산에 대기업,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다음으로 많은 인구가 사는 도시지만, 그만한 인구를 먹여 살릴 산업 기반이 없다는 얘기다. 제조업 기반이 특히 약하고, 구 도시형 산업들만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울산과 창원·마산에 이어 최근 김해 등 인근 산업도시들의 ‘빨대 효과’도 만만치 않다. 30∼40대 인구는 물론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한 쓸 만한 중소기업들까지 이들 도시로 많이 빠져나갔다. 2007년 기준 부산에 새로 들어온 5인 이상 제조업체가 9개였던 반면, 부산 밖으로 빠져나간 업체는 46개에 달한다.
조민영, 부산=윤봉학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