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드넓은 푸른 잔디·시원하게 트인 조망… 여기가 옥상 맞아요?
입력 2011-08-30 22:54
‘이젠 옥상에서 즐겨라.’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 옥상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주말공연 타이틀이다. 지난 20일 ‘장기하와 얼굴들’의 저녁공연을 기다리며 가족끼리 잔디광장에 돗자리를 깔고 행복하게 누워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12층 건물 옥상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물탱크 시설이나 옥탑방 정도로 활용하거나 집기류를 쌓아 놓는 버려진 공간이었던 옥상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조경뿐만 아니라 스포츠 레저, 도시농업, 에너지 생산, 나아가 문화공연에도 활용되고 있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조은희 지도사는 “옥상을 잘 활용하면 도시열섬효과의 완화와 건물방음 및 단열효과, 빗물 유출 감소와 같은 장점이 있고, 자연경관을 통한 심리적 안정도 얻을 수 있다”며 옥상 녹화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서구 정한어린이집에서 원예교사를 겸하고 있는 굿보육연구소 김심환 소장은 찾아 가기 어려운 주말농장보다 매일 드나들 수 있는 옥상농장이 어린이 교육에 훨씬 좋다고 말한다. 그는 “태풍 무이파가 한반도에 상륙해 비바람이 치자 5살 어린이가 옥상에 자신들이 심어놓은 토마토 오이를 도와주러 가야 한다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며 옥상텃밭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의 먹거리가 좋아지고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경기도 평택에 사는 원유택씨는 2009년에 에너지관리공단의 지원으로 옥상에 3㎾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이후로 단 한 푼도 전기료를 내지 않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3㎾ 태양광 설비 설치비용은 대략 1400만원인데 50%를 지원받으면 설치비용이 5∼7년이면 회수되고 이후 15년 이상 이득을 보게 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공단에서 7만6000여 가구를 지원했는데 이들로부터 생산되는 전기는 8만㎾급 청평수력발전소의 발전용량이다. 우리나라에 670만여 동의 건축물이 있으니 그중 10분의 1에만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다면 수력발전소 9개를 건설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현재 아파트를 비롯한 국내의 대다수 공공건물들이 안전 등의 이유로 옥상을 개방하지 않아 시멘트바닥으로 방치되어 있다. 땅값 비싸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대한민국, 특히 서울 도심의 옥상을 잘 활용한다면 녹지공간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농작물을 수확하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진정한 녹색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정년퇴직한 시니어들이 등산에 취미를 붙였다가 텃밭으로 바뀌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고 한다.
지인들과 옥상에서 재배한 무공해 상추, 깻잎, 고추를 따서 삼겹살 파티를 벌이며 정감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즐거울까. 시원하게 터진 멋진 조망은 덤이다.
사진·글=김태형 선임기자 kim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