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흐르는 기계

입력 2011-08-30 18:07


흐르는 것은 액체의 특성으로 견고하지 않은, 제 모습을 오래 유지할 수 없는, 목적지가 미결정된, 불안정한 상태 등을 말한다. 반면 기계는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통제가 쉽고, 지속적이며, 결속력이 강한, 안정적인 고체의 성질을 갖고 있다. 액체는 어떤 장애물과 부딪치면 그 주변을 빙 둘러가거나 아니면 그것을 통과하거나 빨아들인다. 시간의 흐름을 좇는 액체는 견고한 것들을 녹이는 유동성으로 고체보다 강하다.

부산의 공사장에서 마주친 기계들의 역동성, 서울 골목골목에 빽빽하게 들어선 연립주택의 구조들을 화면에 옮겨 온 정직성(35) 작가는 이번에 기계의 흐름을 소재로 삼았다. 단단한 고체로서의 기계가 아니라 무엇인가 관통하는 기계다. 액체의 유동성과 고체의 기계를 결합하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혼란스런 삶의 관찰’ 내지 ‘원래부터 있었던 게 무엇이고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현대 산업사회의 단면’을 드러낸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