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결과 달랐지만 감동 같았다… ‘의족 스프린터’-‘블라인드 러너’ 두 주인공의 희비

입력 2011-08-28 19:12

장애를 딛고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렸다.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남아공)와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24·아일랜드) 모두 육상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지만 경기 결과에선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두 다리가 절단된 중증 장애인으로는 처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피스토리우스는 2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400m 예선 5조에서 45초39로 3위를 기록, 조 4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45초07)에는 못 미치지만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이날 관중의 환호 속에 의족을 끼고 등장한 그는 스타트가 늦어 초반에는 뒤쳐졌으나 중반을 지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승선 50m를 남기고 다섯 명 정도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3위로 골인했다. 그도 관중의 환호 속에 다른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포옹하면서 감동을 만끽했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게 오랜 목표였고 여기에서 뛰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며 “참으로 경이로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피스토리우스는 29일 오후 8시 남자 400m 준결승전에 나선다.

반면 비장애인과 비교해 10%도 안 되는 시력을 가진 스미스는 개막 첫날인 27일 남자 100m 본선 1회전 2조 경기에서 10초57로 5위를 기록, 조 3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 진출 티켓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인간 한계를 넘는 도전을 펼쳐 온 스미스는 이날 메달 후보로 꼽히는 미국의 월터 딕스, 영국의 해리 에이킨스 애리테이 등 강호들과 한 조에 편성돼 출발선에 섰다.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뛰어난 청력과 운동 신경으로 약점을 극복해 온 스미스는 스타트 총성이 울리자 비호같이 블록을 치고 나갔다.

하지만 스타트 반응시간은 0.165초로 함께 뛴 7명의 선수 중 끝에서 두 번째로 느렸다. 중반 이후 스퍼트를 냈지만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작성한 자신의 최고 기록인 10초43에 미치지 못했다. 1회전 벽을 넘지 못해 평소의 꿈이었던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와의 동반 레이스가 무산됐지만 그는 출전 선수 56명 중 36위를 기록하며 녹록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그는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고자 대구에 왔는데 더 좋은 기록을 내지 못해 아쉽다”면서 “이 대회에서 좋은 경험을 쌓은 만큼 다음 대회에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