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마진거래, 장내화 추진된다
입력 2011-08-28 19:35
투자자들이 직접 장외시장에서 외국환을 거래하면서 투기 문제를 야기했던 ‘FX마진거래’의 장내거래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FX마진거래(Foreign Exchange Margin Trading)는 환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국제 외환시장에서 직접 외국환을 거래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증권·선물사를 통해 장외에서만 이뤄졌었다.
한국거래소 고위관계자는 28일 “FX마진거래 상품을 정식으로 거래소에 상장토록 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외에서 불완전하게 거래되던 상품들을 표준화해 결제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장내화가 이뤄지면 해외 호가중개업체(FDM)로 빠져나가던 중개수수료 등 국내 자금 유출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FX마진거래는 2005년 도입 이후 투자 규모가 200배 이상 폭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FX마진거래의 일평균 거래량은 2005년 83계약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1만8967계약(229배)으로, 일평균 거래금액은 같은 기간 1100만 달러에서 26억8400만 달러(224배)로 급증했다. 증거금의 20배까지 거래를 할 수 있어 소액으로도 고수익을 노릴 수 있고, 시차 때문에 24시간 거래가 가능해 직장인 등 개인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90%가 손실을 입고 있어 금융당국은 적절한 투자자 보호 대책에 늘 고심이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국내 증권사와 선물사들이 레버리지(차입) 등 FX마진거래 투자자 보호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종합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대우증권과 IBK투자증권은 투자자 보호가 어렵다며 지난달 FX마진거래 관련 업무를 모두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거래소는 FX마진거래의 장내화가 투자자를 보호하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FDM이 제시하는 가격을 일방적으로 받아 거래하는 구조를 바꿈으로써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내화가 되면 시장 참여자들이 직접 가격을 형성하게 된다”라며 “투자자들의 거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거래 사태 등 시장 환경 미성숙을 이유로 거래소보다는 장내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진행 중인 종합점검 결과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가격이 형성돼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금융위·금감원도 이견이 없다”며 “‘장외파생상품의 장내화’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