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3단체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계획 전면 백지화하라"

입력 2011-08-22 10:42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가 지난 8~10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방문해 해군기지 건설 전면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대한성공회 산하 3개 단체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나눔의집협의회, 평화통일선교회는 19일 “강정마을 주민의 동의 없는 해군기지 건설은 전면 백지화되어야 한다”며 “강정마을에 주둔해 있는 해군과 경찰병력을 당장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세 단체의 성명서 전문.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 그리고 창조질서 보존에 반하는

제주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 성명서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민족들은 칼을 들고 서로 싸우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 훈련도 하지 아니하리라.” (이사 2:4)

우리는 정부와 해군이 제주강정마을에 건설하려는 해군기지에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언론을 통해 그리고 성공회 3개 단체 성직자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관찰과 성찰의 결과,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정부와 해군에게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합니다.

첫째, 절차적 민주주의의 정신에 입각하여 제주강정 해군기지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강정마을 주민의 동의 없는 해군기지 건설은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화순 등지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고 했던 해군은 가는 곳마다 주민의 반대에 부딪치자 강정마을의 소수 주민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불법으로 강정마을주민총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마을주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당신들의 고향땅을 빼앗긴 형국입니다. 이리하여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을 비롯한 주민들이 필사적으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또한 강정마을공동체 안에는 해군기지 문제로 매우 심각한 갈등이 존재합니다. 해군과 정부가 소수의 주민들을 매수하여 수 백 년을 살아온 마을공동체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이는 주민들의 분열을 획책한 정부와 해군의 책임입니다.

둘째, 인권의 기본인 주거권에 입각하여 제주강정 해군기지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강정마을주민들의 주거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땅과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농부가 땅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어부와 바다의 관계도 또한 그러합니다. 정부는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돈과 협박으로 강정마을의 농부와 어부를 땅과 바다에서 떼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연과 밀착된 강정마을주민의 존재를 유린하는 행위입니다. 정부는 강정마을의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을 유린하는 반생태적인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백지화하여, 강정마을주민들이 오랫동안 이어온 존재방식을 존중하고 주거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셋째, 생태계를 보존해야 하는 청지기의 정신에 입각하여 제주강정 해군기지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해군기지 건설은 창조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합니다. 강정 해안은 길이 1.2㎞에 달하는 한 덩어리 용암바위인 구럼비 바위가 있는 곳이고, 대규모 유물 산포지이며 동시에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의 대규모 서식지입니다.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는 제주도를 2002년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2007년에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으며, 2010년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했습니다. 유네스코 3관왕은 세계에서 제주도가 유일합니다. 제주의 자연환경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제주의 보물이자 미래가치이므로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보전해야 합니다.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자연환경에 기반한 제주도의 경제적 가치는 현저하게 추락합니다. 이런 점에서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강정을 절대보전지역에서 해제처분하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또한 제주도지사는 제주도의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약 20억을 추경예산으로 배정하면서, 한편에서는 세계에서도 드문 구럼비 바위와 돌고래가 헤엄치는 해안가를 콘크리트로 메우고 해군기지를 건설을 환영하는 심각한 모순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양립할 수 없는 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정책의 논리적 정합성에도 어긋나는 몰상식한 행동입니다.

넷째, 진정한 평화의 정신에 입각하여 제주강정 해군기지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해군기지로 평화를 만들겠다는 것은 망상입니다. 제주는 4.3 사건이라는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여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자는 다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해군은 해군기지로 평화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순간, 제주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의 대척점이 되고,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상태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평화를 지킨다는 허울 아래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면, 결국 중국을 자극하여 동북아지역의 군사국 긴장이 증대되고 국제적 안보위기가 촉발될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아울러 제주해군기지는 중국의 대양 진출을 막기 위한 미국 국방전략의 한 방편입니다. 중국을 해양봉쇄하여 제국의 위상을 군사적으로 지키려는 미국의 국방정책에 한국이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을 해외의 저명한 학자들과 활동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분단된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이권다툼의 장이 되는 역사의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되며, 특별히 휴전선과 가장 멀리 떨어진 한반도의 최남단 제주도는 평화의 섬으로서 평화를 향한 희망과 연대가 분출하는 섬이 되어 동북아 평화를 위한 중추가 되어야 합니다. 강대국의 세력갈등의 중심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의 보루가 되어야 합니다. 평화는 서로를 인정하고 어울려 사는 것이지 군사무장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와 같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해군이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는 것은 헛된 욕망 때문입니다.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대림건설 등의 건설회사들, 제국의 지속을 위해 군사적 긴장도 마다않는 미국 정부, 해군기지에 정박할 한국이지스함에 탑재될 탄도요격미사일과 레이더체계를 판매하는 록히드 마틴사와 같은 군산복합체들 등의 이기적 욕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안에는 좀 더 풍족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자연환경과 동식물들이 인간의 욕망으로 소멸해 갔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어리석음을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 합니다.

1.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

1. 강정마을에 있는 해군과 경찰병력을 당장 철수하라!

1. 강정마을주민의 분열을 획책한 정부와 해군은 강정마을주민에게 사과하고 보상하라!

1. 강정마을의 해안을 절대보존지역으로 재지정하라!

2011년 8월 19일(금)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성공회 평화통일선교회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