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도 주가드 경영’에 빠지다

입력 2011-08-21 18:51

인도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불확실한 세계경제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펩시콜라, 유니레버, 씨티그룹, 마스터카드, 모토로라, 구글 등 굴지의 다국적 기업이 앞다퉈 CEO로 영입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특별한 ‘무엇’이 있을까.

기획재정부는 21일 인도 출신 CEO에 주목하는 이유로 ‘주가드(jugaad) 경영 철학’을 소개했다. 재정부는 “주가드가 열악한 기업 환경과 미흡한 인프라,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인도 출신 CEO들에게 특별한 생존방식을 알려줬다”고 평가했다. 주가드는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서 창의력을 신속하게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힌두어다.

1대를 사는 데 고작 10만 루피(약 260만원)가 드는 자동차 ‘나노’를 개발한 타타그룹은 주가드 정신을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다. 라탄 타타 회장은 인도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감안해 에어백, 라디오, 파워스티어링 등 주요 부품을 과감하게 없애거나 생산 공정을 모듈화했다. 차를 조립할 때 비싼 용접 대신 저렴한 화학 본드를 사용했다. 처음에는 ‘현실성 떨어지는 지나친 즉흥 경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나노는 출시 전부터 100만대가 예약 판매되는 인기를 끌었다.

인도는 세계은행이 선정하는 ‘비즈니스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134위로 기업에 비우호적이다. 공장 하나 세우려면 80곳의 기관에 80가지 인허가를 받아야 할 정도다. 열악한 기업 환경과 부족한 인프라, 제한된 자원으로도 살아남기 위해선 적응력이 남달라야 한다. ‘주가드 경영’이 인도에서 생겨난 배경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인도는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 국가 특유의 포용력이 있어 인도 출신 기업인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영미권 경영방식을 받아들이면서도 ‘기업은 사회의 일부분’이란 경영철학을 추구한다. 이런 특성은 인도 출신 기업인이 불확실성과 다양성의 시대에 들어맞는 CEO로 인정받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선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