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對러시아 외교에 각별히 신경 써야

입력 2011-08-21 17:49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찾은 데에는 경협 확대, 6자회담에서의 공조 강화 등 여러 목적이 있을 것이다. 북한 내 경제통과 대외정책 담당자 등 김 위원장을 수행한 인사들 면면에서 이 같은 의도가 읽힌다. 경협 확대는 식량 부족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민 불만을 달래려는 것일 터이고, 6자회담에서의 공조는 북핵 문제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궁극적인 속셈은 3남 김정은으로의 3대 권력세습 안착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정은이 독자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기에는 내부적·외부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 요즘도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들에 대한 숙청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은 북한체제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반증한다. 미국과의 관계가 조만간 개선될 조짐도 없다. 내부를 철저히 통제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도움은 물론 김정은 체제를 지지한다는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2002년에 이어 9년 만에, 중국 방문 이후 석 달 만에 러시아를 찾은 주된 목적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 착근을 담당하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수행단에 포함시킨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대(對)러시아 외교에 신경 써야 한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북한 쪽에 가까웠으나, 중국처럼 북한 정권을 무조건 감싸지는 않았다. 최근의 남북, 그리고 북미 접촉과정에서도 우리 정부의 중재안에 대해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변덕스러운 북한체제 때문에 가스 및 에너지, 철도 분야에서의 협력도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23일쯤으로 예정된 김 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 회담을 계기로 러시아가 북한 쪽으로 더 기울 가능성이 커져 우려스럽다. 러시아가 김 위원장 방문을 한반도에서, 나아가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으려 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북·러 관계가 밀접해지는 것이 나쁘다고만 평가할 수는 없으나, 김정일 정권이 오판하는 계기가 돼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