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최정욱] 스탈린그라드의 교훈

입력 2011-08-21 17:50

1943년 1월 스탈린그라드에서 소련군에 포위된 독일 제6군은 종말을 맞았다. 병사들의 유일한 선택은 항복을 하든가 (굶거나 총에 맞아) 죽든가 뿐이었다. 1월 22일에는 마지막 남은 비행장이 함락되며 외부와의 연결도 차단됐다. 스탈린그라드의 폐허 속에서는 이제 희망을 잃어버린 10만명이 알 수 없는 운명에 몸을 떨고 있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히틀러는 끝까지 항복을 명령하지 않았다. 그는 제6군에게 보낸 마지막 전문에서도 “최후순간까지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유부단했던 지휘관 파울루스 원수도 이를 충실히 따랐다. 그는 며칠 후 히틀러에게 축전까지 보냈다. “총통 각하, 집권 10주기를 맞아 인사를 보냅니다. 독일의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기는 여전히 스탈린그라드에 휘날리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분수령이 된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히틀러와 추종자들로 인해 독일에게 재앙으로 막을 내렸다.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 실시’와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 무상급식 실시’를 놓고 선택을 하는 서울특별시 주민투표가 24일 진행된다. 한쪽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이 나라 곳간을 거덜낸다며 이를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무상급식 대상에 아이들을 편 가르는 것은 문제라며 투표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특히 아이들 밥값을 투표 대상으로 삼은 것도 모자라 소위 ‘복지 포퓰리즘’ 추방 선전에 거취까지 걸고 나선 오세훈 시장의 강경한 행보는 논란거리다. 오 시장은 최근 대선 불출마로 승부수를 던진 데 이어 22일에는 33.3% 투표율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시장 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판세를 뒤집기 위해 자존심을 걸고 사실상 직접적인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쯤 되면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쪽이 포퓰리즘인지, 오 시장 스스로 포퓰리즘의 깃발을 들고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정책적 판단의 문제를 주민투표로 몰고 갔다가 투표 무산이 우려되자 사퇴라는 최후 카드까지 빼어든 것은 시장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는 아닐 것이다. 그가 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서울시정의 혼란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최정욱 차장 jwchoi@kmib.co.kr